<기자수첩> 겉도는 "오픈 프라이스제"

생활전자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가격담합이나 재판매가격 유지 등 제조업체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소비자의 구매권을 보호한다.」

 지난해 9월부터 가전유통분야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간 「오픈프라이스제」의 본래 취지다.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자가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이를 표시해 판매함으로써 유통구조를 제조업체 위주에서 유통업체 중심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행 4개월이 지나도록 이 제도의 당초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오픈프라이스제도가 실시되면 유통업체들이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함으로써 기존 가격체계와는 달리 유통업체간 가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유통점들의 상품가격을 서로 비교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아직까지는 「희망」에 불과하다.

 판매가격을 표시해도 지켜지지 않는데다 상품에 대한 정확한 가격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픈프라이스제 실시 이전에는 그나마 소비자가격이나 공장도가격이 상품에 부착돼 있어 소비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 싸다」는 판단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정확한 가격정보를 알 수 없어 「비싸다」 「싸다」 등의 판단이 어렵게 됐다. 바꾸어 말하자면 상인들이 부르기에 따라 비싸게도, 싸게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이나 PC통신 등을 통해 「최저가」를 수배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 방법 역시 허점투성이다. 시장에 나온 덤핑상품에 대한 가격이 통신상에 올라 있는가 하면 일부 한정된 물량에 대한 「특별판매」 가격이 가격정보로 제공되기도 한다.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한국소비자보호원 홈페이지의 가격정보 사이트도 최저가 판매점을 안내하는 다른 사이트와 링크시킬 뿐 합리적인 가격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오픈프라이스제가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관련당국이 발벗고 나서 유통점에 대한 계도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