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지식 공유

고은미 편집위원 emko@etnews.co.kr

 「정보」와 「지식」은 현대 경영의 핵심이다. 원래 정보와 지식이라는 개념은 정보학에서 그 이론이 도출되었다. 유명한 정보학자인 벨킨은 정보와 지식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즉, 정보 입수자는 어떤 사안에 대한 「지식의 이상상태(Anomalous State of Knowledge)」를 해소하기 위하여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학자들은 정보와 지식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고 이를 현대경영학에서는 경영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이제는 지식이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지식산업」 「지식경영」이란 말이 보편화했다.

 지식은 자산이고 잘 관리하고 공유하면 새로운 지식으로 확대재생산되는 것이다. 지식창조론의 원조인 일본의 노나카 이쿠지로 박사는 지식을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와 「형식지(形式知·Explicit Knowledge)」로 나누었다. 그는 암묵지는 말이나 글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지식, 즉 개개인의 경험·직관·업무노하우 같은 것이라고 한다.

 암묵적 지식은 개인성이 강하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공식화하기도 공유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형식지는 업무 매뉴얼이나 제품규격,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고 조직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이다.

 노나카 박사는 암묵지로부터 지식이 창조된다고 역설하며 암묵적 지식에 대한 지식의 부가가치를 널리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한 암묵지가 조직의 형식지로 바뀌고 조직 형식지가 다시 개인의 또다른 암묵지를 이끌어내는 지식의 순환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지식은 순환·반복·변환되는 과정에서만 창조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창조적 조직(기업)에서는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시키고 순환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그 해답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이 필요하고 조직원 개개인이 지식노동자가 되어야만 한다. 최고경영자는 지식경영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있고 조직관리에서도 공동체 친화적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의 의사결정도 권위적이 아닌 수평적 의사교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기업문화도 자유롭게 바뀌어야만 한다. 이제 권위적이고 일사불란한 기업문화는 지식창조적 기업에 맞지 않다. 조직원 모두는 업무과정을 통해 지식을 찾아야 하고 가상의 공간에 지식이 공유되고 소통될 수 있는 「지식마당」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기업 하드웨어적 기반은 정보통신기술의 몫임은 물론이다. 각각의 디지털화한 지식이 네트워크를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모이는 지식저장소가 있고 그것이 자유롭게 흘러다니게 하는 것만이 지식경영의 성공요건이다.

 지식창조적 조직에서 개개인은 업무학습에 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지식이 많아야 조직의 지식도 커지는 것이고 그 곳에서 다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지식을 체계화하고 형식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 대부분의 기업 조직원들은 암묵지는 고사하고 형식지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유통시키지 않는 실정이다. 자신의 업무와 업무지식을 계속해서 형식지화하고 그것을 동료와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다. 상대방의 지식과 정보는 알고 싶고 내것은 움켜쥐려는 소아병적인 태도는 더이상 지식창조적 기업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식경영의 출발점을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 극대화와 개인지식의 데이터베이스화로부터 시작했다. 또 인터넷 등 정보기술을 활용해 조직 내외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이를 다시 내부의 조직지식과 연결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조직지식으로 재창출했다. 또한 휴렛패커드는 자사의 인트라넷을 고객과 연동시킴으로써 고객지식을 강화했고, 그 결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고객과 밀착된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새 천년이 시작됐다. 「일류기업이 되자」 「세계 최고가 되자」는 거창한 구호나 다짐보다는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모두 지식창조적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