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전문가들 "토사구팽"

 컴퓨터가 2000년을 잘못 인식함으로써 벌어질지도 모를 가공할 만한 사회혼란 때문에 한때 잘나갔던 Y2K 해결사들이 무더기로 실직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Y2K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은퇴한 노인이나 교도소에 수감중인 죄수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한때 주가가 올랐던 Y2K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Y2K 준비가 끝난 지난해 3·4분기부터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들은 70∼80년대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베이직, 코볼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밀레니엄 버그를 잡아내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 때문에 그 동안 높은 임금과 특별 보너스를 받는 등 최고 대우를 받아왔다.

 그러나 Y2K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처음부터 끝이 보이는 한시적인 것이었다. Y2K가 별다른 사고를 유발하지 않고 넘어감으로써 각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한시적으로 채용된 전문가들은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88년 컴퓨터 제조업체 「유니시스」에서 해고된 랜들 바트씨(43)의 경우, 10년간 실직자로 생활하다 Y2K 특수를 타고 시간당 45달러를 받고 전문가로 일했으나 Y2K 대비작업이 끝난 작년 8월 다시 실직자가 된 뒤 아직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시한폭탄 2000」이란 책을 내놓아 Y2K의 위험을 경고해온 에드워드 유돈씨(55)도 지난 2년간 약 25만부가 팔린 이 책이 『이제부터는 한 권도 더 팔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에드워드 유돈의 Y2K 가정 준비요령」이란 50분 짜리 홈비디오까지 만들었던 그는 『최근 전자우편을 통해 감사와 원망의 글들이 반반씩 들어오고 있다』며 착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Y2K 특수를 누렸던 컴퓨터 컨설팅 업체들도 앞으로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전자상거래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연간 약 1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컴퓨터 컨설팅업체 데이터디멘션스는 98년 1억1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80% 이상이 Y2K 관련 업무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이 회사는 최근 850명의 직원 중 300명을 해고했다. 주가는 지난해초 최고 40달러 수준에서 최근 3달러까지 폭락했다. 수십억개의 컴퓨터 코드 수리비로 1코드당 1∼2달러씩 청구하던 것이 1코드당 25센트로 급락하며 프로그래머의 시간당 임금도 크게 떨어졌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세기말을 떠들썩하게 했던 Y2K 문제가 대부분 해소된 지금,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그 동안 Y2K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며 「이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Y2K 문제해결에 성공함으로써 스스로의 처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변덕스런 세태를 꼬집었다.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업계에서도 대량 해고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등 연휴기간 동안 30∼50%의 매출증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극심한 가격경쟁 등으로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량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뿐이라는 설명이다.

 「C넷」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컴퓨터는 물론 책과 완구까지 판매하고 있는 밸류아메리카닷컴(www.valueamerica.com)도 최근 e베이닷컴(www.ebay.com), 바이닷컴(www.buy.com) 등과의 극심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신년 벽두부터 직원 50%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심지어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크래그 윈과 랙스 스캐태나씨도 모두 지난해 경영부진을 이유로 회사를 떠난 상태다.

 이에 앞서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지난 98년부터 인터넷 회사로 변신을 시도했던 컴퓨USA도 극심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직원을 30% 이상 해고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천하고 있다.

 이에 따라 IDC 등 시장조사회사들은 『미국 인터넷 업계가 대량 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시작할지도 모른다』며 벌써부터 크게 걱정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