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슨전자의 손명원 사장(60)은 모험가다. 이순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경영스타일은 항상 개혁적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기본이다. 「핵심품목 기술역량 강화」를 작은 경영모토로 삼아 과감한 개혁을 이끌어내며 궁극적으로 기술벤처를 지향한다.
지난 74년 설립된 맥슨전자는 무전기·무선전화기·무선호출기·이동전화단말기 등 다품종을 취급해왔다. 또 스스로를 기술집약형 기업으로 평가한 나머지 별다른 제품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기술이 뛰어나면 시장에서도 성공하게 마련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빠르게 변하는 시장환경 앞에서 맥슨전자의 기술은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계시장에 내세울 만한 핵심품목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맥슨전자는 98년 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나락을 맛보았다. 당시 맥슨전자는 부채만도 자본금(137억원)의 약 28배인 3800억원대에 이르러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지만 시련은 손 사장에게 하나의 기회로 다가왔다. 워크아웃이 시작될 무렵인 98년 6월 이 회사에 취임한 손 사장은 일단 핵심품목에 대한 기술력을 강화하고 마케팅에 집중,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손 사장은 맥슨전자의 내재가치를 높게 평가, 기업회생과 발전에 대한 의욕을 불사르고 있다는 후문도 있다.
그는 우선 핵심품목으로 유럽형 디지털 이동전화(GSM) 단말기를 선택함과 동시에 해외마케팅을 강화했다. 당시 GSM단말기는 CDMA단말기 상용화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결실을 볼 수 없지만 유럽에서의 성공가능성이 열려 있는 일종의 틈새품목이었다.
이후 회사의 모든 역량이 GSM단말기 개발 및 수출에 집중됐다. 지난 98년 11월 첫 가동에 들어간 GSM단말기 생산설비는 월 1만5000대 규모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월 40만대, 올해는 월 50만대 규모로 증설될 예정이다. 이에 힘입어 맥슨은 올해 GSM단말기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44% 성장한 3억달러로 세웠다.
GSM단말기를 통해 이룬 기술력은 다시 CDMA단말기 분야로의 진출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효과를 낳았다. 남미를 중심으로 수출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올해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400% 성장한 8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외마케팅에 대한 노력도 결실을 거두기 시작해 10개국에 불과했던 수출지역이 지난해 28개국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59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98%로 늘어났다.
손 사장은 연초 시무식에서 『올해를 흑자전환의 해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맥슨전자는 98년 무려 2982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지난해 적자규모를 262억원으로 줄인 상태다. 매출규모는 98년 1075억원, 지난해 3460억원, 올해 4671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손 사장은 서울고, 미국 카톨릭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건축구조 관련 컨설팅업체를 경영했다. 지난 80년 현대중공업 전무이사로 국내 산업계에 얼굴을 내민 이래 85년 현대미포조선소 대표이사 사장, 87년 동아자동차 사장, 88년 쌍용자동차 사장, 93년 (주)쌍용 사장, 94년 한미경제협의회 이사, 95년 쌍용자동차 사장 재취임, 95년 한·독상공회 이사 겸 과학기술협력위원, 98년 선택기술개발 사장 겸 도투락 상임고문 등 대기업과 경제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