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화사업 덤핑수주 없애야

 정부가 새 천년 벽두부터 공공부문의 정보화사업자 선정 때 가격보다는 기술력에 무게를 두는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또 정보시스템의 효율적인 구축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감리기준을 대폭 강화해 정보화사업의 덤핑수주나 날림공사 등 부실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로 했다.

 우리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부실공사로 인한 폐해를 막는 일이란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대단히 바람직하다. 부실공사는 그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알게 모르게 뿌리 내렸고 그 이면에는 덤핑수주나 담합·부실설계·감리부실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재 국내 시스템 통합 시장에서는 기술보다는 가격 위주인 저가입찰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덤핑수주 관행을 은연중 조장하는 분위기가 만연했고 이는 정보화사업의 부실로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우리의 현행 SW개발용역계약은 최저가 입찰과 2단계 경쟁입찰, 기술 및 가격분리입찰, 협상에 의한 방식 등이 있지만 모두가 낮은 가격을 낙찰자 선정의 우선 기준으로 평가해 상대적으로 해당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데는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다. 더욱이 처음 관련업체의 시스템 설치 때 덤핑을 해서라도 낙찰만 되면 나중에 시스템 업그레이드 때 개발용역을 계속 수주할 수 있어 덤핑수주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덤핑수주로 구축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날림공사가 불가피해 안정성이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이로 인한 관련업계간 불신을 낳았으며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공공부문 정보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정부는 이런 덤핑수주로 발생하는 정보화사업의 부실을 막고 관련업체들이 공정한 기술경쟁을 통해 공공부문 정보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SW 기술분야 배점을 45점으로 크게 높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로 선정기준을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들의 무차별 덤핑입찰이 사라져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어 대기업 위주로 굳어진 국내 시스템통합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우리의 시스템통합시장은 중소업체수가 전체의 95%에 달하지만 매출액은 전체의 14%에 불과해 대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따라서 다소 기형적인 형태의 시스템통합시장 구조가 크게 바뀔 것이고 나아가 관련업체간 첨단 기술개발경쟁을 하도록 하는 바람직한 풍토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감리계약 체결과 감리계획 수립, 감리시행, 감리보고서 작성 및 통보 등 세부 준수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정보시스템 감리기준을 제정 고시해 과거보다 감리를 강화키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감리가 부실하면 부실공사를 부추기고 이는 공공부문의 정보화를 가로막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방침이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의 정보화사업으로도 확산돼 21세기 우리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국가정보화를 가로막는 날림공사를 뿌리뽑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