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공용통신(TRS)시장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동전화에 밀려 가입자 및 매출액이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명맥유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통신시장 구조조정 회오리에 말려 시장 자체가 소멸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TRS시장의 현황과 회생 전망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현재 정보통신부에 등록돼 TRS사업을 운용하고 있는 업체는 전국사업자인 한국통신파워텔과 아남텔레콤, 지역사업자인 서울TRS, 대구TRS, 강원텔레콤, 세방텔레콤, 제주TRS 등 총 7개다. 정통부로부터 TRS 사업허가를 획득한 곳이 11개였으니 벌써 4개가 퇴출된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조차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원가에도 못미치는 장비판매가와 가입자확보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TRS시장 판도는 「1강 6약체제의 공고화」다. 1강으로 꼽히는 한국통신파워텔의 경우 98년부터 현재까지 전체 TRS시장의 점유율이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나머지 군소업체들은 시장점유율에서부터 파워텔에 압도적인 차이로 끌려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TRS사업을 시작하면서 업체들이 어떠한 단말기기종을 선택했느냐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통파워텔은 미국 모토로라의 아이덴(iDEN)기종을, 나머지 업체(강원텔레콤 제외)는 지난해 도산한 미국 지오텍의 FHMA장비를 들여왔다.
모토로라를 택한 파워텔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 온 반면 아남텔레콤 등 FHMA진영은 근근이 사업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이는 가입대수 증가율, 시장점유율 추이 등 수치자료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TRS 전체 가입대수는 지난 98년 10월 6만5000여대에서 99년 5월 7만8000여대를 거쳐 99년 11월 현재 9만1500여대로 늘어났다. 최근 1년 동안 2만7000여대가 늘어나는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치상 성장일 뿐 당초의 기대나 예상에는 훨씬 못미치는 「한심한」 수준이다.
이 와중에 한통파워텔은 98년 전체시장 점유율 95%에서 99년 90%로 약간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지배사업자로서의 입지에는 흔들림이 없다. 한통파워텔이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나머지 FHMA사업자들의 상황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애초부터 장비가 차량부착형으로 한정되었기 때문에 택시, 물류 등의 시장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작아질 대로 작아진 시장지분에다 전국사업자와 지역사업자들의 역할구분없이 조그만 시장에서 아귀다툼을 하다보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또 지오텍 도산 이후 장비의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재고물량에 맞춰 가입대수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수세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경영압박을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출액 증가도 둔화될 수밖에 없었다. 98년 TRS업계 총 매출액이 100억원이던 것이 99년 상반기에 64억원으로 집계돼 연간 2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는 같은 시기 이동전화업계의 매출성장률 60%에 크게 뒤지는 것은 물론 작년 상반기 85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무선데이터업계에도 뒤지는 결과다. TRS업계가 비상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