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영국의 보다폰이 지난해 말부터 독일의 만네스만에 대해 총 1340억달러(약 150조원)를 제시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자 특수를 누리는 그룹이 있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투자은행, 회계 및 법률회사가 그 주인공으로 보다폰과 만네스만 중 한쪽 진영에 가담해 각각 최선의 공격과 방어 수단을 제공하면서 한 몫을 단단히 챙기고 있다.
우선 공세를 취하는 보다폰의 경우 투자은행과 증권회사들에 만네스만의 주식을 사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2%의 수수료 외에 각종 법률 및 회계관련 분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로펌에도 두둑한 사례비를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한 비용으로 이 회사가 책정한 공식예산만도 4억파운드(약 7340억원)에 달한다.
이에 맞서는 만네스만도 도이치은행, 메릴린치, JP모건 등 4개 은행과 증권회사들에 총 2억700만달러(약 2323억원)를 제시하며 살아남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만네스만이 M&A 방어에 성공하면 이 회사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 투자은행 및 증권회사는 수수료보다 더 많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만네스만을 위한 생존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만네스만은 곧 M&A 방어전략을 마련, 공개할 예정이다. 만네스만은 우선 『두 거대 기업은 합병한다 해도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주주들을 설득할 계획이다.
만네스만측은 또 『보다폰이 만네스만 전체 지분의 75%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 장악이 지체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끝까지 「항전할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들 두 회사간 적대적 M&A를 둘러싼 싸움의 승부는 만네스만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개 매집하는 시한으로 정한 1월 21일을 전후해 그 윤곽이 드러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