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Y2K 후유증

 새해 벽두 최대 이슈였던 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오류(Y2K)문제가 큰 사고를 남기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다. 때문에 Y2K 대비를 위해 과다한 비용을 지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론적인 얘기고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를 상황에서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특히 그동안 안전불감증의 사례를 많이 보아온 우리로서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Y2K 대비과정에서 발생한 안철수연구소의 백신감염 파문도 유비무환 정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사례다. 이미 보도됐듯이 국내 백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백신 패치프로그램이 지난 연말 Y2K 바이러스 대책 모의실험중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었다.

 안철수 대표는 『최근 몇년간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어 미처 이번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을 더욱 철저히 했으며 다시는 고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겨났다. 안철수연구소의 기민한 대응으로 마무리되는 듯한 파문이 백신업계로 튄 것이다. 일부 업체가 반사이익을 챙기기 위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상대업체를 깎아내리고 자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홍보를 하고 안철수연구소가 이에 대해 섭섭함을 표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목의 골이 생긴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는 『감염사태 이후 고객들에게선 오히려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의 전화와 전자우편이 쇄도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동종업체가 이번 사태를 이용하는 데만 급급한 것을 보고 서운했다』고 털어놓았다. 잘해보려고 한 Y2K 바이러스 모의실험의 결과가 엉뚱하게 백신업계를 반목케 하는 「Y2K 후유증」을 낳은 셈이다.

 그러나 「비가 온 뒤 땅이 굳는다」는 격언이 있듯이 이번 사태를 통해 유비무환의 정신을 다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려는 자세를 배운다면 업계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산업부·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