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행 티켓은 과연 몇 장인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과 관련, 정부나 업계가 사소한 사안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핵심은 사업자 수에 있다. 몇 개의 사업자가 선정되느냐의 여부는 언뜻 IMT2000에 관한한 지엽말단의 하찮은 문제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사업자 수가 이 사업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것도 원하는 기업을 모두 받아 줄 수 없다는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이들은 모두 21세기행 생존 열차를 타려면 누군가를 밀어 내야만 한다는 사실 역시 훤히 꿰뚫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 수가 갖고 있는 파괴력은 그 동안 누구도 해내지 못한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제도를 통해 완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통신 구조조정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사업자 수의 축소라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경쟁체제 도입만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남발, 중복 과잉투자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의 경영권이 재벌의 손아귀에 있어 기업간 인수합병 혹은 시장에서의 자연스런 퇴출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IMT2000 사업자 수는 어차피 지금의 기간통신사업자 수보다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재벌들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타의에 의한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진정한 의미의 통신시장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사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IMT2000 사업자 선정을 통해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의 등장 및 육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통신시장의 흐름이 글로벌 서비스를 겨냥한 거대 기업간 몸집 불리기며 이는 유무선 역무 통합, 인수합병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도 이 같은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IMT2000은 사업자 수가 몇 개가 될 지는 몰라도 「합격자」들은 종합통신사업자로 거듭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칼 자루를 쥔 정부 역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를 유도하기 위해 사업자 수를 검토하고 있어 이 같은 예상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IMT2000 티켓 수에 대해서는 기업이나 전문가들조차 서로 다르게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하나면 족하다는 의견에서부터 5개 혹은 희망하는 업체에게는 모두 문호를 개방하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몇 개의 사업자가 가장 유력한가. 가장 확실한 것은 주파수로 계산해 보는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한국에 배정한 IMT2000용 주파수는 60㎒.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선 멀티미디어라는 IMT2000 서비스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업자당 20㎒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역산하면 한국의 IMT2000 사업자 수는 3개가 정답이다.
하지만 15㎒만 있어도 최소한의 IMT2000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학설도 있어 이 경우 최대 4개의 사업자까지 선정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각국별로 20㎒와 15㎒를 번갈아 배정, 사업자 수를 결정하고 있다. 한국과 사정이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 20㎒씩 할당, 3개의 사업자를 선정키로 했다.
미국·영국·핀란드·스웨덴 등은 대부분 15㎒식 쪼개서 사업자 수를 계산했다. 특히 영국은 10㎒를 3개, 15㎒를 2개, 모두 5개의 사업자를 선정한다. 독일은 4∼5개, 핀란드는 4개를 확정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3개 아니면 4개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영국처럼 5개의 사업자를 선정할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통신시장이 중복 과잉투자에 휘말려 있는 판에 정부가 무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주파수나 현재의 통신시장 질서를 감안할 때 한국의 IMT2000 사업자 수는 3개가 적합하다는 시각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티켓이 한 장뿐이라면 독점의 폐해가 우려되고 2장이면 담합에 의한 경쟁 제한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3개가 된다면 적당한 견제와 경쟁이 이뤄지고 국가 경제 규모에도 가장 알맞다는 논리가 뒤따른다.
정부가 만약 정치적 판단에 의해 4개까지 숫자를 늘릴 경우 1장의 티켓은 신규 사업자에게 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주장도 있다. 경쟁을 촉진할 뿐 아니라 경제적 균등성도 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ITU가 IMT2000을 신규 서비스로 규정, 최소한 1개의 신규 사업자를 포함시켜 달라고 유럽연합(EU)에 권고한 것은 한국의 사업자 수가 4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IMT2000을 향해 뛰고 있는 기업들도 내심 사업자 수가 가급적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생존이 걸린 게임에서 경쟁률을 내려야만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IMT2000 경쟁자들이 누구 하나 녹록한 상대 없이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거대 기업이라는 점에서 사업권을 반드시 따낸다고 자신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한통이 한 장의 티켓을 가져 간다면 나머지 후보자들의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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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사업자 선정은 정보통신분야의 인프라를 좌우할 뿐 아니라 미래 정보사회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전자신문은 올바른 사업자 선정을 위해 1년여의 심층탐사를 통해 공정한 보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매주 화요일에 게재되는 기획 시리즈에 많은 관심과 제언을 부탁합니다. 의견을 보낼 때에는 E메일 IMT2000@etnews.co.kr나 전화 (02)679-9042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