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특별기획> 밀레니엄 대예측 21 (9);지식경영

 지식이 전체 조직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 되는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자본과 노동이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였지만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식의 적절한 활용이 기업과 국가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최근의 조직 학습에 이르기까지 지식에 대한 인간의 주된 관심은 지식 창출 분야에만 집중돼 왔다. 지식의 공유나 전파, 그리고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지식에 대한 연구는 정보의 축적과 관리차원을 넘어 물리적으로 떨어진 조직 구성원들간의 지식 융합(Fusion) 및 공유와 상호 전달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 질 것이다. 지식의 전달 및 공유에 관한 오늘날의 이러한 관심은 인터넷, 네트워크, 그룹웨어 등과 같은 각종 정보기술 인프라의 놀라운 발전 때문이다.

 텍스트 뿐 아니라 영상정보, 음성정보 등 각종 정보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자유자재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의 발달은 이른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라는 개념과 결합되면서 조직들로 하여금 「지식 경영」이라는 새로운 비전에 도전하도록 했다.

 기업, 국가 등 대부분의 조직들이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가 교육과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왜 시간과 비용이 줄지 않는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도 왜 품질에 차이가 나는가」 「교육과 학습으로 전수되지 않는 것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의 문제로 귀착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주요 원인을 살펴 보면 우선, 업무표준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자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결과물도 제각각이다. 더욱이 힘들게 만든 결과물은 각자 책상 서랍이나 PC속에서 그냥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결국, 참조할 만한 자료도 없고 의견을 구할 사람도 없으니 매번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되고 생산성도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을 통해 축적되는 각종 유, 무형의 정보 및 지식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상호 공유가 필요하다. 지식 경영이 21세기 조직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의 정보시스템은 재무, 생산, 영업 등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정형화된 수치데이터를 저장, 관리하는 기능만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기업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정보는 이런 정형화된 자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숫자나 문자같이 정형화된 정보는 기업의 경영실적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기업에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와 노하우는 조직원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 또는 조직 내부의 규범과 업무처리 절차 속에서 나온다. 그리고 각종 기업 활동에서 실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기업내 인적자원의 몫이었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주체인 인적자원이 떠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조직내의 지식자원도 함께 소실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지식 경영을 위해 구축되는 지식관리시스템(KMS: Knowledge Management System)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이다. 첨단 정보 기술의 조합을 통해 조직내에 축적되는 각종 지식과 노하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상호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KMS 도입의 1차적인 목표다.

 조직 경영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술들이 그렇지만 지식 경영의 핵심적인 성공 요소도 다름 아닌 「사람」이다.

 현실적으로 지식 경영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들이 직접 지식공유를 통한 효과를 인식하고 그 결과가 곧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몇 년 혹은 몇 십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식 경영은 첨단 시스템만을 앞서 구축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으며 구성원에 대한 다양한 동기부여 프로그램의 반복과 강화를 통해 지식의 공유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조직문화부터 먼저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따라서 얼마나 획기적인 정보 시스템을 먼저 도입하느냐는 지식 경영의 전체적인 성공 요인을 놓고 볼 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조직의 제도와 문화를 생각해 전략을 수립한 후 그에 맞는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지식을 상호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고 그에 따른 KMS를 실제 도입하는 단계에서는 정보기술적인 요소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효율적인 지식 경영 구현을 위해서는 조직내에 떠돌고 있는 지식을 빠짐없이 포착해 축적하고 이를 원활히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화가 잘된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조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꼭 필요한 정보」를 「최근 갱신된 내용」과 「꼭 맞는 형태」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KMS가 구축돼야 한다는 얘기다.

 각종 정보 기술과 도구들은 지식을 공유하고, 재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팀간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한다. KMS의 구성 요소인 그룹웨어, 인터넷, 인트라넷, 전자우편, 첨단 전화시스템 등이 바로 그 구체적 기술들이다.

 지식 경영이라는 용어는 한 때의 유행으로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지식 경영 이론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이제 지식이 없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간과 기술적인 요소가 잘 융합된 KMS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식 경영을 실현하는 것은 21세기 세계 시장에서 조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 용어해설-지식경영

 지식경영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이전에 「지식」과 「정보」의 차이부터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해 지식은 많은 정보들이 일정 시간을 두고 축적돼 나름대로 체계화되고 한층 더 농축된 상태를 말한다.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는 지식을 일하는 방법과 기존 틀의 개선 또는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지식은 획득된 정보가 가공, 재구성, 축적, 판단 등의 과정을 거쳐 행동으로 옮겨지고 유용한 가치창출로 이어질 때 진정한 의미를 부여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집으로 갈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40분밖에 안 걸리는 대신에 도로 사용료로 1000원을 내야 하고 국도를 이용할 경우 60분이 소요되지만 도로 이용료는 없다고 가정하자. 또 국도는 일반적으로 출·퇴근 시간에는 상당히 혼잡하다는 정보도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보다 가치 있는 형태로 가공해 보면 일찍 또는 늦게 퇴근할 때는 국도를 이용하지만 교통이 혼잡할 만한 시간에는 1000원을 부담하더라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지식은 판단, 경험, 규칙에 의해 정보를 가공하여 보다 가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킨 것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시에 곧바로 사용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노나카 교수는 조직내의 지식을 암묵지(Tacit Knowledge)와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구분하고 있다. 암묵지란 「학습과 체험을 통해 개인에게 습득돼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의 지식」을 말하고 형식지는 「암묵지가 문서나 매뉴얼처럼 외부로 표출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을 말한다.

 결국, 지식 경영에서 말하는 지식은 구성원 개개인이 가치를 창출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학문적 지식, 실용적 지식, 현장 경험지식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지식 개념을 토대로 지식 경영을 정의하면 「표현되지 않은 무형의 지식을 포함해 조직체가 보유한 모든 가용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제품 개발 및 시장 대응력을 높여 나가는 새로운 경영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