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발목잡는 신용카드 분쟁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신용카드사와 가맹점들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고 있는 사태는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다. 대형 백화점들에서 시작된 비씨카드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갈수록 거세져 이제는 용산 6개 전자상가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전자상가와 재래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형 백화점 측이 비씨카드를 이용한 대금결제를 전면 거부하자 물건을 산 구매자들이 현금으로 계산하거나 아니면 다른 카드로 대체해 대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등 불편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소비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이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며 전자상거래 확산과 신용사회 정착이라는 정부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는 유감스러운 사태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하루 빨리 합의점을 도출해 갈등을 마무리짓기 바란다. 이번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데는 관계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한마디로 국내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데 있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대형 할인점이 1.5% 수준, 백화점 등이 3% 수준이고 인터넷 쇼핑몰은 5% 정도에 달한다. 이는 가맹업체의 신용상태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인 0.8∼1.9%에 비하면 우리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의 카드 수는 지난해 말 현재 4000여만개에 달해 국민 1인 1카드 시대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는 어느 카드건 한 장만 있으면 가맹점들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고 또한 변호사나 종합병원도 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아울러 정부는 현금서비스 이용한도를 없앴고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 등의 카드사용 장려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노력과는 달리 카드 수수료율이 높아 이를 내려야 한다는 가맹점들의 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신용카드 업계는 조달금리가 비싼 데다 그동안 수수료율을 내려 왔고 이를 가맹점들의 요구대로 더 내릴 경우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수수료율 인하 불가 입장을 지켜 왔다. 또 카드사들은 가맹점들에 맞서 반박광고를 내 맞대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의 이같은 대립은 소비자들한테 불편과 피해를 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유야 어디 있건 이번 카드대금 결제 거부는 정부의 정책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대형 백화점들이 이번 기회를 자사카드 회원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처사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여부는 객관적으로 검토해 가맹점들의 요구대로 2%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면 즉시 인하해야 한다. 이런 조치는 과세자료 탈루를 막고 신용사회를 정착시키는 데도 보탬이 되는 일이다.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이 시점에 신용카드사와 가맹점들의 대립으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정부도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