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휴지조각 된 "MP3 합의안"

문화산업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음반·MP3·인터넷업계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디지털 음악파일 서비스에 관한 최종 합의안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이들 업계는 작년 말 「MP3 등 디지털 음악파일 서비스」에 관한 최종 합의안을 사실상 확정, 조인식만을 남겨두었다. 산업계와 저작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디지털 음악사용에 대한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로운 듯해 보였다.

 그런데 이번 합의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한국음반협회가 조인식 전날 갑자기 불참을 선언하면서 「MP3 합의안」은 하룻밤 사이에 휴지조각이 돼 버리고 말았다. 현재까지 최종 합의안에 대한 소식은 감감한 상태다.

 이 때문에 개점 휴업상태에 있던 IP업체와 휴대형 MP3플레이어 업체, 서비스 개시일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던 인터넷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음악산업계의 대승적 판단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결론은 내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음반제작사들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을 통해 이용자와 저작자가 모두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저작권법의 기본 취지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업체들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몫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에 비해 국내에 진출한 음반메이저들은 국내 음반업계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사를 설득해 한국내 사업권을 따내고 풍부한 음원을 바탕으로 방대한 양의 음악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디지털음악 서비스시장을 공략할 태세다.

 정보통신·인터넷·문화산업이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 과연 우리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디지털 강국」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을지 음반업계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