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44.끝)

델컴퓨터 마이클 델

 만일 당신이 현금 1000달러를 가진 대학생이라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흥청망청 취할 수 있는 멋진 파티를 여는 데 써버리거나 멋진 중고차를 한대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텍사스대 1학년이었던 마이클 델은 기숙사에서 컴퓨터 부품을 조립해 친구들에게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캠퍼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생은 되지 못했지만 대신 컴퓨터업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PC업체의 설립자가 될 수 있었다.

 마이클 델(35)은 디지털시대를 여는 30대 파워엘리트 그룹의 선두주자다. 65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태어난 델은 19세때 컴퓨터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가 지난 1984년 설립한 회사 델컴퓨터는 이제 컴퓨터업계의 신화적인 기업이 되었다. 업계에서는 델컴퓨터를 「백상어」라 부른다. 가장 크고 두려운 존재로 모든 적을 먹어치운다는 뜻이다. 실제로 델은 차례차례 PC메이커들을 무너뜨렸다.

 첫해에는 매출 600만달러를 간신히 넘겼던 이 회사가 지금은 컴퓨터업계의 판매수위를 다툴 만큼 초고속 성장기업이 된 것이다. 덕분에 델 주식은 미국의 투자자 사이에 「당첨된 복권」으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횡재를 안겨주고 있다.

 이같은 성공은 모두 직접주문 생산방식 덕분이다. 중간 유통망을 배제하고 고객의 주문에 따라 맞춤PC를 만들어 판다는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전화와 팩스 등을 이용한 맞춤식 통신판매가 단단히 한몫 했다. 중간 판매상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튼 것. 델컴퓨터의 웹사이트 방문자는 델이 보증하는 개인계좌 서비스를 받는다. 필요한 사양과 가격을 주문서에 써넣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맞춤PC 신청이 끝난다. 물론 주문한 물건은 공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로 전달된다.

 델은 이같은 인터넷 직접판매를 통해 재고상태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고 「계획에 따른 부품구입」을 「주문에 따른 부품구입」으로 바꿨다. 또한 고객 개개인에게 원 투 원(One to One)이라는 최상의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델은 판매뿐 아니라 인사와 경영에도 이 다이렉트기법을 썼다. 사원들과의 대화도 중간간부의 보고나 실적평가가 아니라 1대1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택했다.

 델은 저서 「다이렉트 프롬 델(Direct from Dell)」에서 디지털시대의 3가지 성공비결을 제시한다. 그것은 첫째 「당신의 세계를 인터넷과 연결하라」, 둘째 「불필요한 중간단계는 과감히 생략하라」, 그리고 셋째는 「인터넷으로 고객의 맥박을 읽어라」는 것이다.

 델은 PC유통을 한단계 진화시켰다. 도미노가 피자배달의 챔피언이라면 델은 컴퓨터 배달의 최고수인 셈이다. 그의 재산은 이미 같은 나이때 빌 게이츠를 훨씬 능가했으며 억만장자 입성기록도 빌 게이츠(1987년, 32세)보다 1년이나 빠르다.

 지난해 말 델은 웹PC라는 이름의 제품군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웹PC는 월드와이드웹을 검색할 수 있는 PC라는 의미 이외에도 웹스터 전자사전 크기의 PC를 만들자는 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결과는 웹스터보다 조금 큰 사이즈가 됐지만 앞으로 웹PC의 크기는 점점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무와 유리로 장식된 황금색의 현대식 건물에서 흰 와이셔츠에 붉은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마이클 델은 컴퓨터 기크(Geek)라기보다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돈의 흐름을 가장 잘 읽는 CEO로 꼽을 만큼 타고난 사업가다.

 <알림> 「밀레니엄 CEO」 시리즈는 이번 「마이클 델」편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