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미디어그룹" 탄생 의미
AOL과 타임워너간 합병은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시각과 각도에서 그 의미를 해석해 볼 수 있다.
우선 최근 몇년간 진행된 거대 통신사업자들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시장진출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장거리전화사업자인 AT&T는 지난 98년 거대 케이블TV사업자인 TCI를 합병했으며 작년 5월에는 미국내 제4위의 케이블TV사업자인 「미디어원」을 인수했다.
AT&T는 TCI와 미디어원의 인수를 통해 「컴캐스트」 「콕스커뮤니케이션」 등 케이블 SO를 동시에 휘하에 거느리게 됐으며, 이들 복수케이블TV사업자(MSO)의 케이블TV망을 이용해 케이블 가입자들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홈(지난해 인터넷 검색업체인 엑사이트를 합병했음)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AT&T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AT&T에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AT&T는 이같은 합병전략을 통해 지역전화사업자(RBOC)와 MSO들이 장악하고 있던 지역통신서비스,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 등의 시장에 무혈입성했다.
이같은 AT&T의 공세는 당연히 미국 최대 ISP인 AOL과 케이블 MSO인 타임워너측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맞서 AOL은 다양한 대응전략을 세웠다. 우선 컴퓨터 없이 인터넷이 가능한 인터넷TV의 개발에 15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벨애틀랜틱·SBC·아메리테크 등 RBOC와 DSL서비스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제휴하기도 했다. 또한 위성방송사업자인 디렉TV와 전략적으로 제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TV나 RBOC와의 제휴는 케이블TV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차선책일 뿐이었다. 정작 AOL은 케이블TV시장에 진출해 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였다.
결국 AOL은 이번 타임워너와의 합병을 통해 숙원사항이던 케이블TV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복합미디어그룹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AOL은 단순한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아니다. 수천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AOL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제국에서 종전에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인 의미의 대중매체가 담당했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CNN·HHO·워너브러더스·워너뮤직 등 방송 및 영상 콘텐츠업체를 망라한 거대 미디어사업자인 타임워너와 합병,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복합미디어그룹의 탄생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지상파 방송사인 ABC(ESPN도 소유)와 월트디즈니의 합병, 월트디즈니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인포시크」간 제휴, 음악채널인 MTV, VH1 등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아컴과 CBS간 합병, 위성방송사업자인 디렉TV·프라임스타·USSB간 합병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가운데 특히 지상파 방송사인 NBC의 인터넷 진출 움직임은 매우 공격적이다. NBC는 지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경기를 「인터캐스트」 방식으로 중계하기 시작한 이후, 인터넷 및 데이터방송 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현재 NBC는 MSNBC·스냅!(인터넷포털)·CNBC·C넷·비디오시커(인터넷비디오서비스)·인터VU(멀티미디어 배급)·인터테이너(쇼핑)·윙크(양방향 방송서비스) 등의 업체에 지분참여하고 있거나 경영권을 갖고 있다.
이같은 복합미디어그룹의 등장은 단순히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유럽 등의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AOL과 위성방송사업자인 디렉TV간 제휴관계도 새롭게 조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간의 제휴가 향후 인터액티브방송이나 웹TV 등의 진행방향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위성을 이용해 TV와 PC를 통한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추진중이다. 디렉TV와 디렉PC 가입자들에게 위성을 통한 AOL서비스 제공계획을 갖고 있으며, 디렉TV를 통해 웹TV 채널인 AOL TV를 가정의 TV수신기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양 사업자간에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맞서 또 다른 위성사업자인 「에코스타」측은 MS와 제휴해 양방향 웹TV서비스를 전략상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위성시장을 놓고도 한판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