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논설위원 jypak@etnews.co.kr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20세기 말까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밑거름은 인력이었다. 그것도 교육정도가 높고 두뇌가 우수한 양질의 인력이다. 인력은 부족한 부존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우리가 가진 가장 믿을 만한 자원이다.
우리가 가진 인적 자원이 경쟁력이라는 점은 21세기가 시작됐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
정보화시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주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누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가상의 공간을 지배하는가가 쟁점인 시대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수준이 높은 인력을 갖춘 우리에게는 초기에 불과한 정보화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양질의 인력을 어떻게 정보화 인력으로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정보강국을 만들기 위해 충분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라는 점은 관계부처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정통부에서 20만 정보통신인력 양성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 국가정보화 시스템 구축이나 초고속 정보통신망 등 정보사회 인프라 조성에 주력해 온 정부가 정보통신부문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력양성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연내 전문인력 1100여명, 기초기술인력 8만2000여명, 산업인력 재교육 3만2600여명, 잠재인력 9만여명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정통부가 이처럼 인력양성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보통신업계는 물론 일반 산업체에서도 지난해부터 극심한 정보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 관련 밴처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 업체들은 인력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신설업체들은 나름대로 고임금을 내걸고도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통신인력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조건에 따라 철새처럼 옮겨다니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벤처기업은 4800여개 정도였다. 이 숫자가 연내 1만개를 넘어서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 벤처기업 고용인력 약 17만명 이상의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신규 벤처기업의 절반만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관련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볼 때 당장 시급한 정보통신 관련 전문인력 수요만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모자라는 인력과 일선 기업들의 인터넷 사업진출에 따른 필요인력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자상거래의 보편화로 금융·무역부문 등 정보통신 이외의 업종에서 필요한 기술인력까지 포함할 경우 인력난은 쉽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부의 20만 인력양성계획 중에는 10만명에 가까운 숫자가 잠재인력 양성이다. 따라서 당장 투입돼 활동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정통부의 인력양성계획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나 나머지 기관들의 프로그램은 단기적인 교육이거나 국민정보화라는 광의의 개념에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급한 인력을 메워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양질의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교육시켜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한다면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인터넷시대·정보화시대 입지확보는 향후 2∼3년내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우리는 정보통신부문에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자료조차 가지고 있지 못할 만큼 체계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의 인력양성계획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가 정보시대의 선진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보통신 관련 인력양성을 정통부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 일반 산업부문까지 포함한 장단기 인력수요조사가 정부 주도하에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국가정보화 관련부처는 물론 교육기관·기업 등의 의견이 반영된 종합적인 인력양성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