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경제대국의 지름길

 정부가 전자문서와 보안기술 등 전자상거래 관련 분야의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는 보도다. 정부는 이를 위해 4월까지 관계부처와 민간의 의견을 수렴해 전자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비 종합대책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21세기 디지털 경제대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일단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최근 2∼3년동안 세계경제는 인터넷 이용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전자상거래 영향권에 들어섰고 이를 주도해온 미국은 이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세기에서도 세계를 호령할 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이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사회시대의 법과 제도를 통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전자상거래 활동을 정의하려는 형국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난맥상을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나아가 이들 법과 제도가 오히려 관련 기업이나 소비자 활동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자체를 위축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산업자원부가 중심이 돼 규제개혁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우선 정비에 대한 기본원칙은 크게 민간주도에 의한 전자거래 확산, 정부 규제의 최소화, 거래의 신뢰성 확보, 글로벌 마켓 지향 등 다섯가지다. 또한 정비대상으로는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의 효력, 보안·암호기술 이용, 전자자금이체와 전자화폐, 개인정보 보호 등 소비자보호, 지적재산권 보호, 관급조달, 영업 관련 규제 등 7개 분야다. 하나같이 그동안 업계나 소비자 입장에서 속히 개선되고 정비되기를 바랐던 사항들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 추진체계에 대한 명시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기왕의 법과 제도의 정비사례를 돌아보건대 이번처럼 관련 부처가 여럿일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당초의 취지에 크게 못미치거나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허다했다. 이번 경우 역시 산업자원부 외에도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재정경제부 등을 비롯해 법무부 등 여러 부처들의 업무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비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이미 전자정부 또는 디지털저작권 관련 법개정 등이 지지부진한 실정이기도 하다.

 물론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97년 법과 제도정비를 포함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추진체계」가 클린턴 대통령의 이름으로 발표된 바 있고 영국 역시 지난해 블레어 총리가 직접 전자상거래 종합대책인 「e­commerce @its.best.uk」라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캐나다·뉴질랜드·호주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1980년대 행정전산망 등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을 추진할 때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간전산망추진위원회가 발족돼 여러 유관부처들의 긴밀한 협조와 성공적 조율을 이끌었던 사례가 있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가 21세기 디지털경제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목표와 방법이 정해져 있는데 교통수단이 무엇이냐를 놓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될 일이다. 4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종합대책 방안에는 반드시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추진방안들이 제시돼 전자상거래의 실질적인 확산에 직접적인 디딤돌이 돼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