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쇼핑채널의 소모전

생활전자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2000년 매출목표를 6000억원으로 수정했습니다.』

 LG홈쇼핑이 작년 말 2000년 사업계획을 마련해 발표한 올해 매출목표는 4700억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새 천년을 맞아 올 매출목표를 작년에 설정한 목표보다 무려 1300억원이나 늘렸다는 LG홈쇼핑측 전화에 기자는 다소 어리둥절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설정하는 목표치라고 해도 며칠 사이 이렇게 매출목표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생겼다.

 같은 시기 39쇼핑은 2000년 매출규모를 4000억원으로 확정하고 전국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39쇼핑의 올 매출목표는 작년보다 60% 늘린 것이다.

 홈쇼핑업계 두 축인 LG홈쇼핑과 39쇼핑은 TV홈쇼핑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상대방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사업을 먼저 시작한 39쇼핑은 국내 최초 TV홈쇼핑 업체로, 매출규모에서 앞서는 LG홈쇼핑은 국내 최대 TV홈쇼핑 업체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때문에 호사가들은 LG홈쇼핑의 급작스런 매출목표 수정을 양사 경쟁의 산물로 해석하고 있다.

 LG홈쇼핑과 39쇼핑은 지난해 12월에도 재미있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모 기관에서 실시한 유통대상에서 2등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한 39쇼핑은 방송을 통해 「○○유통대상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자막을 계속해서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마치 39쇼핑이 최고상을 받은 것으로 오인케 했다. 당시 최고상인 대상을 받은 LG홈쇼핑측은 이에 자극받아 수상업체 목록을 틈틈이 방송하는 등 39쇼핑의 마케팅 전략에 대응했고 시청자들은 갑작스런 양사의 수상소개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은 발전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두 회사의 이같은 경쟁의식이 TV홈쇼핑 시장 급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불필요한 소모전은 접어야 할 때다.

 올해 TV홈쇼핑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내실다지기와 대고객서비스 향상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양사 경쟁은 고객서비스 향상을 통한 고객 확보경쟁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