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제휴 해외사례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한다.」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CNN 등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과 방송들이 지난 10일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역시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합병소식을 톱기사로 전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신문들도 이 두 회사의 합병을 온·오프라인 기업간 최초의 합병이자 앞으로 온·오프라인 산업간 「대통합」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기사와 사설을 일제히 내보내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이번 두 회사의 합병발표 이전에도 최근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인터넷 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지난 9일에도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AOL과 인터넷에서 자동차 판매를 위한 마케팅 제휴를 발표했고, 또 자동차업계 2위 업체인 포드자동차도 현재 AOL과 최대 경쟁회사인 야후와 마케팅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포드는 또 지난해 10월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를 맺어 MS의 「카포인트」 웹사이트에서 자사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에 대한 IT업체들의 관심은 그 차원을 달리 한다. 특히 전세계 IT산업을 좌지우지하는 MS·인텔·오라클 3사는 인터넷 회사와 공동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제휴와 함께 아예 자신을 인터넷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MS는 최근 미국의 유명한 전자제품 유통체인인 라디오색과 인터넷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 회사 웹사이트인 라디오색닷컴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미국의 고속 인터넷 및 통신업체인 텔리전트와 퀘스트·넥스텔·AT&T·로드러너·NTL, 한국의 두루넷·한솔엠닷컴, 대만의 기가미디어 등 국적을 불문하고 대규모 자본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MS가 지난 1년 동안 전세계 인터넷 관련회사에 쏟아부은 투자금액만도 족히 100억달러를 상회한다.
또 오라클은 지난해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로 유명한 에이전시닷컴과 iXL·새피언트·US인터액티브·바이언트 등 20개 인터넷 업체들과 각각 자본투자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인텔도 지난 1년 동안 전자상거래 관련 반도체 및 인터넷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데 약 6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인텔이 생산시설 확충보다 다른 회사 M&A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업계도 최근 인터넷 회사들과 주로 공동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제휴를 잇따라 맺고 있다. 우선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와 미국 2위 전자제품 소매체인 업체인 서킷시티가 각각 최근 AOL과 공동 마케팅을 벌이기 위한 제휴를 발표했다.
또 세계 최대의 유통체인 회사인 월마트와 토이스러스, 케이비키즈 등 미국의 전통적인 소매·유통업체들도 지난해 초부터 잇따라 인터넷에 쇼핑몰을 개설하면서 인터넷 전문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오프라인 업체들이 최근 신생 인터넷업체들과 잇따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배경으로는 우선 연합전선을 구축함으로써 상대방의 고객을 자신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당수 오프라인 업체들은 최근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과 서둘러 제휴를 맺어두지 않으면 21세기 전자상거래 시대에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군수업체인 텍스트론은 지난 10일 기업간 전자상거래 업체인 「세이프가드 사이언티픽」의 주식 2%를 인수하는 데 무려 1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들의 제휴는 AOL와 타임워너의 「메가 딜」에 묻혀 일반인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온·오프라인 기업들의 최근 「짝짓기 열풍」을 이해하는 데는 모범적인 사례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회사가치가 110억달러에 달하는 전통적인 제조업체인 텍스트론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신생 인터넷 회사인 세이프가드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시간」 단 한가지 이유밖에 없기 때문이다.
레위스 캠프벨 텍스트론 사장은 『우리는 더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최근 쏟아지고 있는 신기술들이 어느날 갑자가 우리 회사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는 말로 이 회사에 투자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온·오프라인 기업간 제휴에서 「돈방석」에 앉는 인터넷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모든 인터넷 회사들에 「행운」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린힐이라는 투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그린힐 회장 등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인터넷 회사들도 앞으로 1등 회사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