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업계, ATM교환기에 "무게"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서비스 내용 차별화와 서비스 품질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비동기전송모드(ATM) 교환기가 기존의 라우터를 대체할 장비로 급속히 힘을 얻고 있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에 나선 통신사업자들이 5, 6년 전 PC통신 중심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위해 구축된 라우터 위주의 망구성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

 애당초 라우터의 개발 배경이 인트라넷 구성에 있었던 만큼 단순한 텍스트 전송 정도로 이뤄졌던 PC통신을 구성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멀티미디어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고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문제는 달라졌다. 라우터 위주의 통신시스템이 다운현상과 전송지연의 주범으로 등장했다.

 특히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최근 부쩍 심해진 접속지연 및 시스템 다운 문제는 물론 인터넷프로토콜(IP) 폰서비스가 음성전화에 비해 낮은 서비스 품질을 보이고 있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PC방의 심각한 문제제기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드러날 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접속을 원하는 가입자들이 접속을 할 수 없었던 경험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통신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라우터 위주로 구성된 IP 데이터 통신이 계층(하이어라키) 없는 네트워크 구조상의 단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또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선호했던 라우터 중심의 IP 데이터 통신 방식이 트래픽 증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서비스 품질(QoS)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급속히 부상한 것이 ATM 교환기다. 이 장비는 성능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비용 및 다양한 운영 애플리케이션 부족 등으로 인해 회피됐었다. 그러나 서킷 데이터와 패킷 스위칭을 동시에 지원하는 장점을 바탕으로 라우터 위주의 통신망 구성상 단점을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 최선의 장비로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라우터 중심의 네트워크를 구성해온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이를 ATM 중심의 통신망 시스템으로 가져가기 어려운 현실적 벽에 부딪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전문가들은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구성용 라우터의 90% 이상을 공급하면서 독점적 위치에 있는 시스코 장비가 국제 표준과는 다른 독자적 프로토콜을 갖추고 있다』며 『따라서 업그레이드나 인터페이스시 이 제품에 종속된 업그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더 이상 라우터 중심의 통신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으로는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를 최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비스 사업자들의 고민도 증폭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또 라우터 위주의 통신망 구성상 단점 해결과는 다른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비용 문제는 그만 두고라도 IP 통신 중심의 업그레이드를 특정업체 위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인터페이스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우터 위주의 망 구성을 주장했던 진영에 대한 책임문제도 나올 수 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설득력 있는 관측이다.

 어쨌든 라우터로 대표되는 IP 통신 방식이 문제점을 드러냄에 따라 국내 통신서비스 사업자가 ATM 교환기를 도입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연히 국내 ATM 교환기 개발업체들의 입지도 넓어져 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서비스 사업자들 가운데 KT와 두루넷은 IP 중심의 시스템 구성을, 하나로는 ATM을 위주로 시스템을 구성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