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2000 운용체계를 채용한 PC 출하가 예정보다 3주 가량 앞당겨졌다는 외신보도다. 이에 따라 컴팩·휴렛패커드·델·IBM 등 주요 PC회사들은 이달 24일 윈도2000 기반의 데스크톱·노트북·서버 등을 선뵐 예정이다.
그동안 수차례 개발지연 소동을 벌이기도 했던 윈도2000의 조기 출하는 몇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은 윈도2000이 윈도9x와 윈도NT 등 표준 운용체계 계보를 잇는 제품임이 공식 확인됐고 두번째는 최근의 리눅스 돌풍을 잠재우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전략의 단면이 읽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MS가 이 제품을 통해 지난 수년 동안 벌여 왔던 미국 법무부와의 소송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번 윈도2000 채용 PC의 조기 출하는 외관상으로는 관련 PC회사들을 통해 발표되는 형식을 취했다. MS 역시 이번 결정이 PC회사들이 신제품의 유통채널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례를 볼 때 새 운용체계가 발표되기 전에 이를 채용한 PC가 발표된 적이 없고, PC 출하계획을 발표한 회사들 역시 미국 시장점유율 1∼4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윈도2000의 개발은 당초 윈도95/98과 윈도NT를 완전 통합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가 여러 번의 발표 연기소동을 겪으면서 윈도NT의 후속버전 성격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전세계의 PC·주변기기·소프트웨어 회사들 그리고 사용자들이 적지 않은 혼선을 빚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틈타 그 대안 운용체계로서 리눅스가 부상했고 관련 제품의 출시가 잇따르기도 했다. 또 지난주에는 법무부가 MS를 운용체계와 응용소프트웨어 등 여러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이에 반발하는 빌 게이츠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스티브 발머 사장에게 넘기는 초강수를 두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돼 왔다.
국내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져 중소기업들 중심의 리눅스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리눅스는 또한 뚜렷한 호재가 없던 벤처기업가들의 창업 소재로도 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PC시장을 주도해 온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리눅스를 사실상 외면하는 등 대조적인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큰 혼선을 빚었던 것도 사실이다.
운용체계의 스펙에 따라 제품 개발 방향을 결정지어야 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회사 등 고객 입장에서 보면 MS의 일거수 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컴퓨터 환경의 변화를 원치 않을 대다수 PC사용자들도 마찬가지였을 터다. 이번 컴팩 등 PC회사들의 윈도2000 PC 조기 출하 결정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MS에게 한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고객과 사용자들이 윈도2000을 기다려온 것은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기존의 투자를 보상받을 만한 다른 대안이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 운용체계가 신뢰받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회사 안팎으로 겪는 일련의 사태와 무관하게 고객과 사용자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 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