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SM 기술료" 계산법

 지난해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업체의 수출 총액은 약 4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지만 그 어느 업체도 감히(?)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물량이나 액수 가운데 한쪽만을 공개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 「수출 단가의 노출」이라는 궁색한 변명의 꼬리를 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심하고 특히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방식 단말기의 수출실적 공개에 있어서는 더욱 심하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말대로 『우리 업체들이 반도체에 이은 최대 호황품목을 수출하는 만큼 해외시장에서 단가 노출로 피해를 받으면 안된다』는 입장은 수긍가는 대목이다. 문제는 GSM단말기의 수출에서도 이러한 논리나 입장이 받아들여질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GSM단말기 수출업체들은 수출금액 자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데에 급급해 온 것이 사실이고 더욱이 수출 증가세에 대해서는 아예 금기시하고 있다.

 이미 알려졌듯이 그 배경에는 「GSM단말기 수출증가세가 해당 외국 기업에 알려지면 로열티 협상시 더 많은 기술료를 내야 한다」는 별로 치밀하지 못한 계산이 숨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출호황의 이면에 숨어있는 이 불안한 종기를 키워가면서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이미 국내업체들간에는 알카텔·모토로라·에릭슨·필립스 등 GSM관련 핵심특허를 보유한 5∼6개 유력업체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GSM단말기 수출분에 대한 로열티 협상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는 매출액의 일부를 로열티로 내고 있거나 15% 가량을 비축하고 있기도 하다. GSM단말기 로열티 문제는 더 이상 감추거나 모르는 체하고 넘어갈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이미 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기업들은 그동안 은밀하게, 개별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했던 GSM 로열티 관련 협상을 양지로 끌어내 공동 대응하면서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GSM 로열티 협상 이후 이들 업체와 또다시 치러야 할 IMT2000 로열티 관련 협상에서도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부·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