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천년 단체장에게 듣는다 (5)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김병수

 『지식정보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급속히 환경이 바뀌고 있는 만큼 새 천년부터는 과학기술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 과학기술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20세기처럼 행정이 과학기술을 지배한다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그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병수 회장(64·연세대 총장)은 과학기술이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과학기술을 아는 과학자들이 정책입안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세계를 지배하는 1등기술은 단기적인 투자로 이루어낼 수 없으며 적어도 10여년 앞을 내다보고 정부가 나서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원가개념의 경제원리만을 가지고 과학기술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과총은 과학기술 정책개발을 위해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위원회, 환경과학기술특별위원회 및 산학협동위원회 등 상설 전문위원회의 자문기능을 활성화해 과학기술정책의 현실적인 조사·연구·개발과 평가·건의를 통해 새 천년 국가과학기술발전에 적극 기여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정부 및 과학기술 관련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21세기에 대비하는 정책개발과 실질적인 정책대안 건의를 강화하고 환경과학기술심포지엄, 산학협동 워크숍, 과학기술정책포럼 등을 정례화하는 등 과학기술 정책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총은 또 학회 학술활동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기초연구와 기술혁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과학기술 관련학회 학술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30억원을 투입, 학회의 국·영문 학술지 발간과 정기적 학술발표 및 공동 학술회의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과학기술의 국제화를 위해 9개국에 있는 재외한국인과학기술자협회 및 국제기구와 연계해 최신 과학기술정보를 교환하고 특히 올해 열리는 「국내외 한국과학기술자학술회의」에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21세기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점과제를 선정, 국내 산업계가 당면한 기초연구 및 주요 핵심기술과 취약기술을 보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과총은 이와 함께 민간 차원의 세계한민족과학기술의 교류와 특히 북한의 가입을 촉구하고 남북한 민간과학기술대표자회의를 추진하며 남북한 과학기술교류 심포지엄을 여는 한편 북한의 과학기술 실태조사 연구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과학기술 풍토조성을 위해 과학기술자문봉사단의 지방지부 운영을 활성화하고 저명 과학기술자 초청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김 회장은 『과학기술이 정부정책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특보 등 측근에서 과기정책을 자문할 실질적인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오는 4·10총선에서 가능하면 과학기술자들의 정계진출이 많아야 하며 정치권에서도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가 커져 정책과 예산에 즉각 반응되어야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총이 과학기술단체들의 모임으로 비정치적인 단체』라고 전제하면서도 『과학기술계 의견을 한 목소리에 담아 정치권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제3차 정부조직개편문제와 관련, 『과학기술부를 현재처럼 독립부서로 두고 오히려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21세기 중반 우리나라 과학기술수준이 세계 톱5안에 들도록 정부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