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국민적인 인터넷 붐과 스타크래프트 열풍에 따른 PC방의 급성장으로 사상 처음으로 스위치 시장 규모를 능가했던 라우터 돌풍이 올해에도 재현될 것인가.
올해 스위치와 라우터 시장 규모간의 역학관계가 최근 업계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올 한해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라우터=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스위치=한국쓰리콤, 인텔코리아」 등의 공식이 일반화한지 오래. 아시아 지역에서는 스위치 시장에서도 시스코가 이미 스리콤이나 인텔을 앞질렀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쓰리콤과 인텔코리아의 분전으로 시스코가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최근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주최한 2000년 정보산업 부문별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근거리통신망(LAN) 부문 발표자로 나선 삼성전자의 이기순 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라우터 시장이 근소한 차로 스위치 시장을 앞서 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 근거로는 통신망 사업자와 ISP들이 인터넷 사용자 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백본망 확충에 투자한다는 것. 비록 게임방의 포화로 소형 라우터 시장은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백본망 라우터의 수요가 여전하면서 올해 라우터 시장은 전년대비 5.4% 늘어난 2108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스위치는 올해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의 급성장으로 전년대비 11.8% 늘어난 2013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크게 벌어진 시장 격차로 인해 올해에도 라우터 시장규모를 초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스위치 시장의 역전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인성정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만이 유일하게 라우터 시장규모가 스위치 시장규모를 앞질렀다』며 『이러한 기현상은 올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에 착수하면서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트워크 통합(NI) 업체인 아이에스피의 최근구 사장은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5년 그룹 네트워크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한 이후로 현재까지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올해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다른 대기업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네트워크 개선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스위치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위치 시장규모가 라우터 시장규모를 다시 앞지를 것인지 이럴 경우 한국쓰리콤이나 인텔이 스위치 시장에서의 수성이 이어질 지가 올해 국내 LAN 시장 선점 게임의 관전 포인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