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은 구시대를 마감하고 새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들 합니다. 사람들은 마치 새시대가 오면 곧바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본인은 변화하려 하지 않으면서 국가나 사회에 대한 바람만 요구한다면 새로운 시대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반도체장비 업체 미래산업과 인터넷서비스 업체 라이코스코리아라는 성공한 기업체를 경영하는 정문술 사장. 날아다니는 새도 말 한마디면 떨어뜨렸다는 왕년 중앙정보부 출신, 강제해직, 마흔셋의 늦은 나이에 창업, 사업실패로 인한 자살시도, 성공 후에는 친인척 회사출입 금지, 자식들에게 대물림 안하기. 정 사장을 설명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말들이다.
정 사장이 이처럼 드라마틱한 세상을 살아온 것도 어찌 보면 끊임없는 변화를 창출하는 본인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정 사장은 최근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창세기에 나오는 성경구절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그는 익숙한 환경에서 떠나 변화를 새로 창조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결같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난 후에 창의력이 나오고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천에서 풍전기공이라는 부품공장을 인수해 금형사업을 시작, 반도체장비사업, 인터넷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이 사업들을 성공궤도에 올려놓은 것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려는 정 사장의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7월 갓 서비스를 시작한 라이코스코리아를 국내 인터넷서비스 업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대형 포털업체로 키워놓은 것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을 위한 토대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중앙정보부에 근무할 때부터 항상 미래를 생각하고 대응하는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자료를 수집하고 새로운 정보를 찾는 일을 좋아한다. 이런 바탕이 있어 종교철학과를 나와 공무원 생활을 한 정 사장이 첨단기술로 집적된 미래산업을 끌고갈 수 있었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라이코스코리아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끌어올려 놓았는지 모른다.
정 사장은 『지금까지는 새 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대응한 사람이 성공했지만 이제는 시장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며 『앞으로는 변화를 새로 창조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변화를 중요시하는 정 사장에게 회사의 대물림은 없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경영권에 집착하거나 세습문제로 다투는 기업을 보면 참 불행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고 『창업은 피땀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성장과 발전은 재기발랄하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젊고 유능한 전문인의 몫』이라고 치켜세운다.
정 사장은 또 『미국이나 일본 등 잘사는 나라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못사는 나라로 알려진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을 보면 부와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행복한 사람과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창의력은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온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새시대는 변화의 시점에서 창조하는 태도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철학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