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41)

 『당신 오빠가 그런 말을 할 스타일은 아니지. 그러나 그런 표정이야.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결혼식을 올릴 때가 되었잖아. 사귄 지도 7년이 되는데, 그만하면 되었잖아.』

 『허긴 그래예, 그럼 결혼합시더.』

 그녀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승낙을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귀여웠다. 그래서 나는 한껏 분위기를 내면서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주위를 힐끗 보면서 손을 빼었다.

 『와 이카예? 사람들이 봅니더.』

 내가 애교가 없지만, 그녀 역시 애교가 없는 편이다. 그러나 그것이 서로 잘 맞는지 모른다. 여우 같은 여자는 진실성이 없어 보여서 싫었다. 약간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변함없이 진솔해 보이는 송혜련을 아내로 맞을 결심을 하였다. 먼저 예식장을 예약하고, 다음 토요일에 목포에 있는 나의 부모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러자 송혜련은 은행에 근무하면서 점심 때 시간을 내어 서초동에 있는 어느 예식장에 예약을 하였다. 그녀의 집에도 알리지 않았고, 나 역시 아직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연구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컴퓨터를 켜 놓고,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다. 그 일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도 아니고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지만, 언제나 바빴기 때문에 전화가 걸려오면 항상 빨리 끊어야 했다. 나는 아무렇게나 말했다.

 『잘했어. 그렇게 하지 뭐.』

 그리고 수화기를 내려놓고 생각하니 언제 몇 시에 예식을 올리기로 예약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전화오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날 오후에 그녀가 있는 은행에 전화를 했다.

 『예식장 예약은 된 거요?』

 『했서예. 했다잖아예.』

 『언제 올릴 것인데?』

 『한달 후에, 11월 13일 11시. 그때가 일요일이에.』

 『그래요? 그럼 당신 집에도 알리고, 우리 집에는 이번 토요일에 함께 찾아가서 인사하고 알려드리지 뭐.』

 『그럽시다.』

 송혜련은 태평스럽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창구에 손님이 많은지 조금 전에 나처럼 빨리 전화를 끊었던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녀와 나는 천생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