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은 최근 한 저작권 소송에서 그 동안 논란이 돼 왔던 디지털화권 및 디지털전송권에 대한 범위를 명확히 하는 판결을 내렸다. 외신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리얼네트웍스사가 스트림박스사를 상대로 한 재산권 침해 소송에서 포괄적 권리를 주장한 디지털화권 부문은 원고패소를, 구체적 권리를 내세운 콘텐츠의 전송권 부문은 원고승소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이번 미국법원의 결정이 현행법에 따라 내려진 사실상 첫 디지털저작권 관련 판결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이번 판결이 인터넷 인구 확산과 함께 디지털저작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화권의 경우 기존 인터넷용 일반 오디오 파일을 임의의 다른 형태의 파일로 변환해 주는 소프트웨어가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느냐를 따진 최초의 판결이었다. 이 사건은 스트림박스가 업계표준인 리얼네트웍스의 「리얼플레이어」용 오디오 파일을 음질이 좀더 나은 MP3용 파일로 변환시켜주는 「스트림박스 리퍼」를 개발한 데서 비롯됐다.
법원은 「스트림박스 리퍼」가 기존의 저작물을 변형시키는 도구라는 이유를 들어 배포금지를 주장한 리얼네트웍스의 주장에 대해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리얼플레이어」용 파일포맷 「.ra」 「.rm」의 경우 포맷규격은 리얼네트웍스의 재산이지만 이를 이용해서 제3자가 개발한 콘텐츠는 이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판결이 내려진 디지털전송권의 경우 인터넷상에서 재생만 할 수 있도록 한 콘텐츠를 일반 사용자가 전송(다운로딩)받아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었다. 문제가 된 「스트림박스VCR」의 배포 금지 주장에 대해 법원은 이 제품이 특정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전송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라는 이유를 들어 원고인 리얼네트웍스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소프트웨어 그 자체의 저작권과 그 소프트웨어에 의해 실행되는 콘텐츠(여기서는 컴퓨터용 오디오 파일)의 저작권은 법적으로 별개라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결과다. 그러나 또한 별개라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콘텐츠를 소유(다운로딩)하거나 이를 유도하는 수단은 전송권의 침해임을 명백히 했다. 이것은 일단 미국이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내다보고 지난 98년 제정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 저작권법과 인터넷저작권책임법을 통합해서 제정된 이 법은 그러나 그 동안 미국내에서조차 그 적용의 복잡함과 까다로움 때문에 각종 디지털저작권관련 소송에 효과적으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인구 1000만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저작권법과 프로그램보호법은 그 동안 「아날로그」의 틀을 크게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당국은 미국의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의 경우처럼 시기상조론을 주장했지만 이제는 설득력이 없어졌다. 당국은 이번 리얼네트웍스스트림박스에 대한 법적용 사례를 눈여겨 보고 하루빨리 디지털시대에 맞는 저작권 관련법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