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전략은 모두 정보시스템 부서의 지원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맥도널드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칼 딜은 디지털 전략이라는 렌즈를 통해 각각의 전략을 재검토해보기로 했다. 또 각각의 전략은 몇가지 시스템 구상을 지원하고는 있었지만 딜은 정보시스템 부서의 반응이 너무 민감해 기회를 놓치고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나지 않는 위험을 간과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편 VEBA에 있어 최고경영자 울리히 하트만(Ulrich Hartmann)이 설정한 총체적인 과업은 모기업과 자회사들을 모두 「산업사회의 기업」에서 「통합 정보시대의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것이었다. 하트만과 기획부서는 새로운 힘을 깨달았으며 그 각각의 힘이 VEBA의 전통적인 운영 모델 및 자산에 이미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유럽 통합으로 전기분야에서 프로이센일렉트라는 경쟁을 피할 수 없었고 무역 및 운송분야 자회사들도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는 급속한 세계화로부터 점점 경쟁의 압력이 거세짐을 느끼고 있었다. VEBA 자신은 수백만달러를 투자, 정보통신 벤처기업을 설립함으로써 디지털화를 통한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디지털 전략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면서 하트만은 기업의 총체적인 목표를 기술의 성공적인 통합과 연계했다. 석탄 채광업체로 출발했던 VEBA는 「비트를 캐낸다」라고 하는 명제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캐낼 것 또한 많았다. 각 자회사들은 다른 조직에도 상당한 가치가 될 만한 전문성과 고객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들은 조직적, 기술적으로는 정보의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었다. 데이터 소스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자회사들은 모두 독립적인 기업문화-부분적으로는 VEBA의 보고 및 재무 평가기준이 그렇게 하도록 만든 점도 있다-를 개발해 왔고 그것이 협조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트만은 디지털 전략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기획실에 전담시키고 외부에서는 MIT 미디어 랩, CSS인덱스의 컨설턴트, 그리고 우리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프로젝트 목표는 VEBA가 가지고 있는 기업문화의 전망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디지털 기술의 위협과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가 찾아낸 것들은 1996년 VEBA의 모든 간부들이 참석한 대규모 회의의 주요 의제였는데 하트만은 통일된 베를린에서 이틀에 걸쳐 열린 이 행사를 「정신의 회의(Meeting of the Minds)」라고 불렀다.
맥도널드와 VEBA에 디지털 전략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미래를 가지고 노는 일부터 시작했다. 회의, 워크숍, 그리고 단기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12가지 설계 원칙을 가지고 기업들이 자신들의 업종과 그 안에서의 위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았다. 이것들은 물론 누구나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는 아니며 사실 몇몇은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 그러나 마음속에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목적지조차 없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이 작업에서 초점은 기술이 우리를 위해 또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가 아니다. 오히려 목표는 기업이 미래에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는 전략기획이나 그 기획에 따라 설정된 회사의 장기 목표에 근거할 수도 있고 파트너와 경쟁업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는 하지 않고 있는지를 점검함으로써 영감을 얻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목표는 또한 관련자들의 집단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산물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