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네트워크 명가임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신생 벤처기업처럼 첫 출발 당시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갈 작정입니다.』
지난 72년 국내 최초로 모뎀을 공급, 가장 오래된 정보통신업체인 케이디씨정보통신이 2000년 들어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통합(NI)사업과 장비 사업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인물이 인철환 전무(35). 인철환 전무는 설립자인 인원식 회장의 아들로 소위 오너 2세다. 그러면서도 사내 농구동아리 활동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사원들과 거리감이 없다. 그는 10여년간 연구소, 마케팅, 영업 등의 여러 부서를 두루 섭렵하고 지난해부터는 경영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인철환 전무는 『90년대 초반, 케이디씨와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이 이제는 매출액으로는 크게 앞서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조직내에 변화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인 전무는 장기적인 매출 확대를 위해 지난해에 신규 사업과 다름없는 통신사업자용 네트워크 통합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주 사업인 기업용 네트워크 통합사업의 경우 업체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이 크게 낮아졌고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는 추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은 자체 장비 판매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 전무는 또 지난해 미국을 수차례 오가면서 세계적인 통신 장비업체인 미 ADC텔레커뮤니케이션스사와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는 차세대 멀티미디어 수용 광가입자 장비인 마인(MAIN)의 개발을 마친 상태다. 인 전무는 『지난해 경쟁업체들이 매출 증가에 들떠 있을 때 우리는 제품 개발에 전념했다』며 『이달 소호형 라우터를 시작으로 소형 광가입자 장비인 마인-e, 모바일 IP솔루션 등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 전무가 올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수출. 『최근 ADC사장과 만나 지난해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데이터 전송장비인 SDU(Service Delivery Unit) 외에도 라우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휴를 확대키로 했다』며 『올해부터 상당물량이 수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트워크 명가라는 지난 추억에 머물러 있던 케이디씨가 젊은 선장의 전면배치로 명가 재건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