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마트미디어의 위상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대부분 삼성전자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를 구입하려는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을 홀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 측도 생산부족 등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샌디스크나 도시바 등 외국 메모리 업체들의 경우 삼성전자와 동일한 상황임에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삼성전자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이들 MP3플레이어 업체의 한결같은 얘기다.

 서비스가 나쁘면 기존 고객은 등을 돌리고 신규 고객도 가지 않게 마련이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 사이에 이같은 삼성전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MP3플레이어 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업체들은 물론 초기 삼성전자의 스마트미디어 규격에 맞춰 MP3플레이어를 개발했던 업체들까지 삼성전자를 떠나 외국 메모리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요즘 100여개를 상회하는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 가운데 삼성의 스마트미디어를 채용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국내 업체들마저 스마트미디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스마트미디어를 플래시메모리 카드의 표준규격으로 육성하려는 삼성전자의 계획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가 개발한 플래시메모리 규격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기를 원하는 국민의 바람마저 저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 물론 삼성전자가 최근 플래시메모리 생산수율을 향상시키고 생산라인도 증설,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스마트미디어의 세력을 확장하는 데 고삐를 늦추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양의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한다하더라도 세력을 늘려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미디어를 세계 표준규격의 플래시메모리 카드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삼성전자의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함께 할 수 있는 동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생활전자부·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