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액정패널시장의 수급상황이 당초 예상과는 반대로 올해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자 관련 전문잡지인 「닛케이일렉트로닉스(NE)」는 최근호에서 박막트랜지스터(TFT) 액정패널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면서 그 가격이 다소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액정패널을 사용한 모니터 가격도 떨어지면서 「액정패널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2000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NE에 따르면 99년 12만∼15만엔의 고가 안정세를 유지했던 15인치형 TFT 액정모니터의 경우 최근 10만엔 밑으로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TFT 액정모니터의 가격 하락은 멜코가 대형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15인치형 액정모니터 「FTDXT15FA」의 소비자 가격을 9만9800엔으로 내리면서 표면화됐다.
멜코는 『99년 1월에 내놓은 제품이기 때문에 재고 처분의 의미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멜코 제품은 액정패널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후지쯔의 MVA(Multidomain Vertical Alignment) 방식 패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고 정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멜코에 이어 지난 12월 말에는 아키아가 14.1∼17인치형 TFT 액정모니터의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15인치형 「RT150EX」의 경우 11만9800엔에서 9만9800엔으로 멜코와 같은 수준이다.
TFT 액정모니터의 이 같은 가격 하락은 12인치형 이상의 액정패널 일부에서 공급과잉 조짐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액정패널 가격은 15인치의 경우 최대 30달러까지 내려간 제품이 나오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액정모니터 제조업체는 대부분 15인치형의 경우 10만엔 밑으로 가격을 내릴 움직임이다.
이처럼 TFT 액정패널의 부족이 해소되는 양상을 띠기 시작한 것에 대해 액정모니터 제조업체는 액정모니터 수요 둔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99년 한 해 액정모니터 가격은 14인치형이 9만∼10만엔, 15인치형이 12만∼15만엔으로 고가 안정세를 지속한 반면 경합제품인 CRT모니터 가격은 급속히 하락해 98년 말 시점에서 5만5000∼7만5000엔이었던 17인치형의 경우 지금은 3만5000∼5만엔으로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모니터 수요가 일시적으로 가격이 싼 CRT쪽으로 다시 몰리는 양상이 빚어졌으며 이 때문에 3∼4개월 전부터 일부 액정모니터 제조업체에서는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일본 액정패널 제조업체의 대대적인 증산에 이어 99년 중반부터 대규모 설비투자에 착수한 대만의 액정패널 업체 5개사가 본격 출하에 착수하면서 이들의 저가 제품이 일본에 대거 유입되고 있는 점도 액정패널 및 액정모니터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