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천년 단체장에게 듣는다 (9)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영준 회장

 『국내 벤처캐피털산업은 정부주도 하에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장, 구조적으로 아직 불합리한 면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벤처캐피털과 관련된 각종 정책 및 제도개선에 무게중심을 둘 계획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의 대표창구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영준 회장(LG창투 사장)은 『모든 것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자금과 각종 경영컨설팅을 지원하며 같이 성장하는 벤처캐피털은 벤처산업 육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전제, 벤처캐피털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 및 제도개선이 벤처캐피탈협회 올해 최대 역점사업이라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우선 융자 형태의 정책자금 지원이 투자형태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자금 공급방식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부문과 매칭펀드를 결성하는 등 투자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투자비중을 더욱 높이고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벤처붐 조성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코스닥시장을 건전화하기 위해 코스닥시장 운영에 있어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벤처캐피탈협회가 올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이다.

 국내 거의 유일한 벤처투자 회수시장인 코스닥의 건전한 발전 여부가 벤처기업은 물론 벤처캐피털업계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정부가 벤처기업 및 관련기관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벤처기업의 유·무상증자 제한조치와 최근 재경부가 추진중인 벤처캐피털의 지분매각 제한조치는 반드시 개선돼야 하며 여기에 협회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한 후 1년간 지분을 10%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벤처캐피털의 입지를 크게 흔드는 조치입니다. 물론 미국도 록업(Lock­Up) 시스템이란 주요 주주의 지분매각 제한조치가 있지만 투자회수시장이 지극히 한정된 우리에겐 맞지 않습니다. 이 조치는 좁게는 벤처캐피털, 넓게는 벤처산업 전반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도 자성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의 코스닥 등록후 곧바로 시세차익을 실현한 후 대량의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통해 자금을 공모, 일반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는 그래서 지난해 윤리위원회를 발족, 자정작업에 나섰으며 올해도 협회 차원에서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부분을 철저히 차단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협회 차원에서 창투사 경영평가모델 개발, 타 금융기관과 같이 객관적으로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툴을 마련키로 했다.

 『코스닥 활황으로 벤처캐피털이 엄청난 이익을 냈다는 등 야단이지만 아직 국내 벤처캐피털산업은 모두 합쳐도 일개 미국 벤처캐피털회사에 못미칠 정도로 열악합니다. 투자기법이나 투자기업 관리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도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통해 레벨을 올려야 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벤처기업의 「천국」으로 만든 근본적인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벤처캐피털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하는 김 회장은 벤처기업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털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새 천년의 포부를 밝혔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