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hdlee@etnews.co.kr
요즘 정치권을 보면 불난 집 같다. 하긴 민간단체가 공천 반대자 명단을 발표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속담처럼 지난날의 행적을 근거로 공천 반대자를 선정했다니 어찌 보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남을 원망하거나 그 책임을 주변 환경 탓으로 돌리기가 어렵다.
해당자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자숙하고 반성한다는 사람보다는 억울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개중에는 선정기준이 모호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항변하는 이도 있다. 그들 주장의 타당성 여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채근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을 망치는 것은 사리사욕이다. 한번 사리사욕에 사로잡히면 명철하던 지혜가 흐려지고 깨끗하던 마음도 사라진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언제나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는다.』
이번 공천 반대자에 포함된 대부분은 이런 범주에 속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국가의 미래를 제시하고 국리민복에 앞장서겠다는 초심을 일관성 있게 간직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터넷과 결합한 시민운동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면 국가나 기업도 예외없이 이같은 국민적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인터넷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TV수상기 1000만대인 지금은 어떤 일이든 감춘다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다. 이번 정치권 사태는 국민의 변화요구를 외면해 화를 불러들인 것이다. 다시 말해 화(禍)불감증에 걸린 데다 유권자에 대한 서비스 부재가 결정적 요인이다.
그런데 서비스 부재나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 비단 정치권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번 정치권 사태는 각계각층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에게, 기업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최상의 서비스를 해주지 않거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이같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업계도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전화 요금과 관련해 고객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쟁점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과 이동전화 요금인하 요구다.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은 서비스업체들의 말과는 달리 실제 접속속도가 턱없이 느리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가입자수는 60여만명인데, 주요 인터넷업체들이 광고한 내용과 실제 사용자들이 느끼는 속도감은 차이가 많다는 게 사용자들의 주장이다.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광고를 해 이용자를 유치했다면 이는 업체측에 책임이 있다. 해당 업체들이 이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자 돈벌이만 있고 서비스가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고 한다.
이동전화 가입과 해지에 따른 불편함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가입은 아무 곳에서나 늦게까지 받으면서 해지는 까다롭게 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휴대폰 요금체계 또한 쟁점이 돼 있는 사항이다. 이동전화 기본료와 사용요금이 지나치게 비싸 이제는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지난 97년 가입자 600만명 시대에 만든 요금체계를 가입자 2000만명이 넘어선 지금도 적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당국과 업계에서 나름대로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아직까지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
아무튼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살면서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개선하는 작업은 빠를수록 좋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이나 노동력 등 물적인 투입을 통해 기업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제는 최상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기업은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