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 은행, 경영 부진 "고전"

 미국 인터넷 업체들이 책과 음반 판매는 물론 증권, 보험,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업체들을 위협할 정도로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은행 분야에서는 경영실적이 저조해 최근 다른 금융기관에 줄줄이 인수·합병되거나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은행인 넷닷뱅크의 주가가 지난해 4월에 비해 무려 77%나 떨어졌다. 또 미국의 인터넷 컨설팅 회사인 고메즈어드바이저는 최근 「미국 온라인 금융시장 전망(2000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초만해도 온라인 은행의 장래를 낙관했던 미국 투자자들의 태도가 최근 180도 돌변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그 근거로 은행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거래할 때 온라인에서만 영업활동을 하는 순수한 인터넷 은행보다는 전국에 지점망을 갖추고 있는 오프라인 은행에서 입·출금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미국 은행들은 현재 총 600만여개의 온라인 계좌(Account)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웰즈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뱅크원, 퍼스트유니온 등 기존의 오프라인 은행들이 개설한 온라인 계좌가 90%를 상회하는 반면 넷닷뱅크 등 순수한 온라인 은행들이 지금까지 확보한 계좌는 모두 합쳐도 20만개(4%)에도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주요 은행별 온라인 계좌수를 살펴보면 웰즈파고가 84만 계좌(14%)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50만·10%), 시티그룹(25만·5%), 뱅크원(20만·4%), 퍼스트유니온(15만·3%) 등 오프라인 은행들이 상위권을 모조리 휩쓸고 있다. 반면 순수한 온라인 은행으로는 선두 업체인 넷닷뱅크의 계좌수가 6만6000개로, 전체 시장의 1.1%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온라인 은행들은 다른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에 잇따라 인수·합병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 때 잘 나갔던 인터넷 은행인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가 지난 98년 캐나다의 오프라인 은행인 로열뱅크에 인수된 데 이어 「텔레뱅크파이낸셜그룹」도 최근 온라인 증권회사인 E트레이드에 인수되는 비운을 맞았다.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의 전 CEO인 제임스 마한씨는 『초대형 은행과 온라인에서 맞붙는 것은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일이었다』며 『무엇보다도 은행 고객들이 영세한 온라인 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못 미더워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인터넷 은행을 매각한 자금으로 「S1」이라는 은행과 증권회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를 차렸다.

 이처럼 상당수 인터넷 은행들이 인수·합병 또는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는 것과 정반대로 미국 온라인 증권회사들은 지난해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E트레이드는 지난해 매출액이 1·4분기 1억1600만달러에서 4·4분기 2억4600만달러로 110% 이상 증가했으며 신규 계좌의 개설도 4·4분기에만 약 30만개가 추가되어 그 수도 총 190만여 계좌로 늘어났다.

 또 아메리트레이드도 지난해 4·4분기 매출액이 1억1000만달러로 98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다. 온라인 증권회사들은 거래 수수료를 크게 낮춰주는 방식으로 지난해 미국 전체 증권거래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