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IMT2000 통화 성공 의미

 011 SK텔레콤과 일본 NTT도코모의 IMT2000 시험통화 성공은 주목할 만한 몇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이동전화서비스 운영노하우에 관한 한 한국이 이미 세계 최일류 수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점이다.

 NTT도코모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이동전화사업자다. 더구나 도코모는 비동기식(WCDMA)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굳이 SK텔레콤과의 제휴를 맺을 이유가 없었다. 도코모는 이미 스웨덴 에릭슨 등 해외 초일류기업과 기술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

 이같은 도코모가 SK텔레콤과 손을 잡았고 이번에 시험통화까지 성공한 것은 한국의 CDMA 운영노하우가 그만큼 탁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통화에서도 SK는 차량을 동원한 이동중 통화를 시도했지만 도코모는 옥내 통화라는 「안전운행」을 택했다. 이황수 SK텔레콤 중앙연구원장은 이를 두고 『서비스 운영노하우는 우리가 한수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글로벌 로밍이라는 IMT2000의 핵심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IMT2000이 등장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하나의 단말기로 통화가 가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일 뿐 정작 사업자들로서는 매우 복잡한 문제에 해당한다.

 자동 로밍을 위해서는 서로의 가입자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등 사업자로서는 피하고 싶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는 엄밀히 따져 경제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과 일본의 최대 사업자간 IMT2000 로밍 시험통화에 성공함으로써 적어도 한·일간은 이같은 IMT2000의 본질적 장점을 살리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조정남 SK텔레콤 사장도 『IMT2000은 물론 기존 이동전화까지도 한국과 일본·중국 등 3개국에서 서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로밍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번째는 이동전화사업자와 장비업계가 한치의 양보 없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IMT2000 시장에서 이니셔티브는 사업자들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간 세계 이동통신시장은 국제표준은 물론 기술추세까지 장비업계가 주도해 왔지만 SK와 도코모의 예에서 보듯 IMT2000은 사업자가 시장을 이끄는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번 양사의 시험통화에는 일본 NEC 장비가 주로 사용됐지만 SK나 도코모 어디에서도 장비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이는 사업자가 필요한 시스템 규격과 기술을 장비업계에 요구하면 되고 장비업체는 이에 맞춰 납품하면 되는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은 이와 관련, 『NEC 장비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앞으로 SK텔레콤의 상용화 장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SK텔레콤은 42개 국내 기업과 장비개발 공동계약을 맺고 사업자로서 필요한 조건을 제시, 연구를 독려하고 있다』며 『성과물이 나오는 대로 SK의 IMT2000 사용시스템으로 채택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출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SK와 도코모의 통화가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둔 국내 현실상 선점효과 및 홍보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상반기내에 데이콤이 역시 한·일 혹은 한·일·중을 잇는 시험통화를 시도할 계획이고 여타 기간통신사업자들도 이같은 시험통화에 본격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IMT2000 사업자 선정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