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하이텔이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예정인 위성 멀티미디어 사업(스카이하이텔)을 시작도 하기 전에 관련 장비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사업의 위성통신 수신장비 공급권을 둘러싼 경쟁이 과열되면서 스카이하이텔 사업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출혈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장비 공급가격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단 스카이하이텔의 장비 공급권은 26일 텔리맨으로 넘어갔다. 따라서 다음달부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장비포설이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가 다양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복마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 업체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자네트시스템=지난 17∼20일까지 실시된 장비기술평가시험(BMT)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원래 BMT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실시해야 마땅하지만 한통하이텔이 순회 평가방식을 강행, 그 과정에서 자네트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카이하이텔의 대용량통신처리장치(AICPS)망을 이용한 하향통신(다운로드) 능력에 결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스카이하이텔이 구현하는 다운로드 능력은 17KB(136Kbps) 내외에 불과해 위성통신 다운로드 평균치인 100KB(800Kbps)를 크게 밑돈다는 주장이다.
해킹 방어기재가 없는 점도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위성 ID나 해킹 기술이 없더라도 네트워크에 접속된 위성수신용 PC 카드와 안테나만 있으면 스카이하이텔에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업체들=가격이 너무 싸다는 점이 불만이다. 이번 장비 공급권에는 위성수신용 PC 카드·안테나를 비롯해 공사비까지 포함돼 있다. PC 카드만해도 판매가격이 30만원 이상이고 수신 안테나 6만∼7만원, 설치비 최소 8만원이 소요되는 데 이를 모두 묶어 30만원(추정)이면 출혈가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카이하이텔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렸던 위성수신장비업체들의 내수 진입을 이끌 만한 규모의 첫번째 물량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30만원이라는 출발점」은 내수 진입 의지를 꺾어놓는다고 주장했다.
◇한국통신하이텔=BMT 불공정 시비에 대해 재론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한 달 전에 BMT 규격서를 각 업체들에게 배포했기 때문에 충분한 대비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순회방식을 택한 것도 BMT 장소 마련과 장비 운반 등에 소요될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였기 때문에 오히려 업체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스카이하이텔 다운로드 능력의 약점은 설치 초기에 시스템이 안정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AICPS망을 이용한 위성통신시스템이 유럽에서 일반화하기 시작하는 등 곧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텔 측은 해킹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가 표준화한 MAC(Media Access Control)칩을 이용한 인증수단을 마련, 정품 카트가 아니면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격이 싸다는 문제도 관련 시장 부흥을 통해 양산·양판 체제를 앞당기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풀이했다.
◇향후 전망=스카이하이텔은 연간 10억원을 밑돌던 국내 위성수신용 PC 카드 시장을 부흥시킬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대표적인 PC통신업체가 나서 풍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고속 인터넷, 데이터 멀티캐스팅, 위성방송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관련 업계도 시장 부흥에 따른 내수 판매량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