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메인 확보 경쟁 "이상 과열"

 원하는 이름의 인터넷 도메인을 확보하는 일이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보도다. 또 도메인 한 개의 매매가격이 심지어 500만 달러까지 치솟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아직까지는 인터넷의 영향권에 든 분야보다는 그렇지 못한 분야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자거래의 확산에 따라 도메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매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비즈니스의 본류라고는 볼 수 없는 도메인 확보 문제로 개인이나 기업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터넷 인구가 전인구의 4분의 1 수준인 1000만명 이상으로 세계 8위권이다. 또한 도메인 등록건수에서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3위권으로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 앞으로 이런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인터넷 인구의 경우는 통계 자체가 무의미해졌을 만큼 그 증가폭이 커졌고 분포도 역시 성별·계층별 구분없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전자거래가 그 자체의 규모나 추진력을 갖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도메인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배경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도메인이란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 소유자가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이미지나 존재양식을 단 몇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도메인 소유자가 기업일 경우는 바로 그 몇 글자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좋은 도메인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의미를 가져야 할 당위성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굳이 인터넷 환경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좋은 상호명을 가지려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또한 기업 이미지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 투자라는 것도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상대적 가치겠지만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게 좋은 도메인과 그렇지 못한 도메인의 구분이 확연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도메인 시장의 활성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며 나아가서는 21세기 우리나라의 지상목표인 디지털 경제대국으로 가는 길목의 하나기도 하다.

 그러나 도메인 확보 경쟁이 정당한 상표 또는 상호로서가 아니라 전매 자체에 목적을 두고 벌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이상열기다. 이 같은 열기는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무조건 선점해놓고 보자』라는 식의 일확천금 논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10일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도메인 매매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한 이후 선점경쟁이 더욱 거세졌다고 하는 점도 이를 시사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본란에서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도메인 매매 허용 결정을 「시장성을 인정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하면서도 「특정개인(조직)의 집중화와 전문 투기꾼의 등장」을 우려한 바 있다. 도메인 확보가 어려워 전자거래가 위축되고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선진국에서처럼 수요자들이 부담없이 좋은 도메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인 알선업체나 중개업체와 같은 새로운 업종의 등장을 기대해 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