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들이 올해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린다는 보도다. 그동안 벤처 열풍이 불면서 각종 자금이 벤처기업들에 몰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가운데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조사한 올해 민간부문 R&D 투자규모는 7조13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7% 늘어나고 특히 중소기업들의 R&D투자가 30% 이상 증가해 사상 처음 5000억원은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기업들이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R&D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필수적인 일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예산편성이나 집행에는 연구개발에 대한 우선순위를 다른 분야에 비해 뒤로 돌렸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 IMF체제를 이유로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를 아예 삭제하거나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관련 인력들도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이유로 IMF를 겪고 난 후 국내 민간기업들이 우선적으로 투자할 분야가 R&D와 연구개발 인력의 충원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따라서 올해 민간기업이 R&D투자를 20% 가까이 늘리고 연구인력들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R&D분야에 대한 투자 미흡으로 인해 생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산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원천기술·기반기술의 부족이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시작된 이 두 문제는 21세기를 맞이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점에서 분발이 요구되는 일이다. 우리는 인텔이나 HP·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우리의 차이가 생산능력이나 판매능력 등 규모의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비록 국가 부도위기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기는 했지만 R&D투자는 기업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꾸준히 확대해야 할 일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산업 자체를 받치고 있는 관련 기반기술 등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민간기업들의 R&D투자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민간기업들의 R&D 투자규모가 늘어나지만 이들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해 소기의 기술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말해 실질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중복투자나 과잉투자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R&D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기업간 또는 정부의 주도로 조율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공동개발 형태로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첨단분야의 기술적 트렌드를 감안한 분야별 육성책을 마련해 기술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업체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첨단분야의 기술개발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간기업들의 기술개발 투자 확대가 우리가 열망해 온 기술 입국의 꿈을 실현하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