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의 017 인수를 둘러싸고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꽃 공방을 벌였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는 5개 이동전화사업자 사장단과 석호익 정보통신부 지원국장, 염용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공정거래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 따른 토론회를 가졌다.
011의 017 인수 발표 이후 정부와 이해당사자인 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쟁점별로 치열한 논리전쟁을 펼치면서 이를 공론에 부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배가 주목된다.
<3대 쟁점 공방전>
이날 토론회에서는 011의 017 인수가 과연 효율성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한 흐름인가, 거대사업자 등장에 따른 경쟁제한 요소는 없는가 하는 3대 쟁점 사항이 집중 논의됐다.
일단 방어적 입장인 SK텔레콤은 기지국 공용화 등을 통한 효율성 증대 효과는 기업간 결합으로 초래될 효과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011과 017이 망통합, 신규 망 공동투자 등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시장 구조조정과 관련, 011은 기존 5개 사업자체제가 난립구조라는 점은 이동전화사업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 육성이 시급한 시장 흐름상 011의 017 인수는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011은 이제 국내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을 봐야 하며 거대 외국기업들이 M&A를 더욱 공룡화해 내수시장을 노리고 있는 판에 이같은 논쟁은 우물 안 개구리 격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제한조치 역시 011은 017 인수를 통해 실현하는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을 촉진시키고, 특히 자신들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살아있어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PCS사업자들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효율성 제고 효과보다는 독과점 폐해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이 첫번째 공박 무기였다. 특히 016은 011이 제시한 효율성 제고 효과가 17조원이지만 독과점에 따른 폐해 규모는 19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역시 외국에도 1위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60%를 넘는 사례는 많지만 2위 사업자와 30% 이상 차이가 나는 곳은 없다며 011의 이윤 증대는 PCS 3사의 손실 증대로 연결돼 경쟁 악화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쟁제한의 경우 통신업에는 「쏠림현상」이 존재하고 이는 음성분야에서 데이터분야로 전이돼 결국 비지배적 사업자는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고 논박했다.
<논쟁의 숨은 뜻은>
011의 거대기업화로 시장 점유율이 더욱 올라가고 이에 따라 후발사업자들이 퇴출위기로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거의 절박한 수준이라는 것이 양측의 공방을 불러왔다. 표면적으로 어떠한 포장을 하건 011과 후발사업자간 「밥그릇 싸움」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후발사업자들은 011의 소위 「약탈적 가격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정부 규제하에서 약탈적 가격정책이란 있을 수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만약 011이 이동전화 요금을 인하할 경우 PCS사업자들은 직격탄, 그것도 거의 원폭 수준의 충격이 예상된다.
이처럼 현실적 문제가 숨어 있기 때문에 좀처럼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고 더욱이 쟁점별로 양측의 논리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정부가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기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향후 전망은>
정부로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건 반대편으로부터의 비판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세계 통신시장 추세와 국내 시장 발전을 위해 기업 결합을 승인하려 해도 시장 점유율 50%라는 법규정에 저촉되고, 부결시키자니 구조조정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동시에 이미 진행된 양사의 통합작업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날 토론회가 앙측의 팽팽한 공방전으로 끝나 한두 차례 이같은 토론회를 더 갖기로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로서는 가장 원론적 시각, 즉 소비자인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점을 유일한 잣대로 판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양측의 이해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결정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