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가정정보화의 전망과 과제…여인갑 ETRI 기술경제연구부 선임연구원

산업화 이전의 가정은 노동과 여가를 함께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조직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의 가정은 사회에서 분리되고 생산 능력을 상실하면서 그 역할이 미약해졌다. 그렇다면 정보화시대의 가정은 어떨까.

정보화 시대에는 첨단의 정보가전, 컴퓨터통신망,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가정이 다시 우리 삶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과 컴퓨터의 결합을 통한 홈뱅킹·홈쇼핑·원격선거·공공캠페인·여론조사 등 사회적·정치적 활동이 가정에서 이뤄지고 재택근무를 통해서 생산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정보화 정책의 기본 틀인 「사이버코리아 21」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화 확산의 최종 목적지인 가정의 정보화 기반 정비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 지금까지 정보화 사업이 행정·산업 및 지역 정보화를 중심으로 공급 측면에서 추진돼 왔다면 이제는 수요 측면에서 정보의 최종 수요 기반인 가정 정보화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균형 있는 정보화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가정 정보화의 기반은 네트워크 접속·정보기기·정보화 배선 및 설비를 포함한 하드웨어 기반(주택 정보화)과 개인 및 가정 생활을 정보기기 및 네트워크상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생활 정보화) 그리고 정보화를 수용 확산시키는 사회적 환경으로서 정보문화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정책과제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하드웨어 기반의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기존 인터넷 PC 및 서비스 보급 사업을 강화해 소득이나 계층에 관계 없이 정보기기 및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범 정보서비스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주택 내 정보인프라 표준화 및 보급 사업을 강화해 가정 내 초고속 서비스 기반을 확보하고 정보가전을 포함한 홈네트워킹 산업을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또한 조만간 기존 PC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단말기의 기술 개발에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소프트웨어 기반의 확보는 공공 애플리케이션의 확산과 가정 및 생활 관련 IP/CP 육성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 행정·산업·지역 정보화의 결과를 실질적인 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생활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풍부한 콘텐츠를 구축, 제공하는 IP/CP를 중점 지원해야 한다. 또 유용한 콘텐츠의 확보를 위해 정보공동체 운동을 활성화하고 서브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해 정보의 최종 소비자로 하여금 생활에 밀착된 유용한 정보자원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보문화 기반에서는 언제·어디서·누구든지 정보기기 및 서비스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가정 정보화의 주요 대상인 주부·장애자·노령자의 정보 친숙도(Literacy)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화 교육, 필요한 정보를 공동 활용하려는 정보공유 문화의 형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에 요금인하·가정 정보화 인식의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 및 시범 사업 실시 등이 정보문화 기반을 위한 정책과제들이다.

끝으로 중요한 사실은 가정 정보화를 구성하고 있는 3가지 기반이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PC를 비롯한 정보기기 및 네트워크가 널리 보급되어 하드웨어 기반이 확충되면 가정 정보화가 달성될 수 있을까. PC 및 네트워크 보급률이 100%라고 가정하더라도 각 개인이 정보기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생활에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가 없다면 가정 정보화는 달성될 수 없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3가지 기반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정책적 고려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