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 이제 「실리콘밸리 주식회사」다

실리콘밸리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 업체들이 지난해 한해 동안 벤처투자가들로부터 무려 134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5년 동안의 총 투자액을 웃도는 거대한 투자규모다.

투자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즈사와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가 펴낸 계간지 「머니 튜리」의 최신판 보고서는 이 같이 소개하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지난해 벤처 투자액은 모든 면에서 고루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10∼12월 3개월 동안만해도 358개 기업에 56억8000만달러가 집중적으로 지원됐다. 이 액수는 지난 98년 한해 투자액 45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이 투자액은 주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에 집중됐다. 바리서트사는 벤처 자본이 지원된 이 지역 328개 소프트웨어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전자상거래 보안 및 전자화폐 유통을 지원하는 업체로 지난해 여름 약 2300만달러의 벤처자금을 조달했다.

네트워크업체들도 벤처 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투자대상 기업들이다. 지난해 104개 네트워크 업체에 16억4000만달러가 지원됐다. 이들 네트워크 업체들은 제품 개발에 많은 자금이 소요돼 투자규모가 다른 기업들보다 컸다. 콜로닷컴(http://colo.com)으로 알려진 콜로모션사는 4·4분기에 2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 투자유치 규모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제트스트림커뮤니케이션스사, 아이빔브로드케스팅사 등도 지난 4·4분기에 거액의 벤처 투자를 끌어들였다.

전자상거래업체에 대한 벤처 투자도 급증했다. 주요 투자대상 사이트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어닷컴(http://more.com)을 비롯해 팔로알토의 와인닷컴(http://wine.com), 에머리빌의 페트스토어닷컴(http://petstore.com) 등으로 총 투자액은 12억달러로 지난 98년 1억200만달러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투자 금액이 급증하면서 벤처 투자가들간에는 다른 벤처투자가보다 앞서서 유망 기업을 잡으려는 신경전도 치열하다. 벤처투자가와 투자유치 업체간의 투자결정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폭발적 투자 증가세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줄곧 그랬듯이 인터넷이 그 추진력이 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멘로 파크의 벤처투자 회사인 베세머 벤처사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코엔씨는 『최근 인터넷이 수많은 기존 기업들을 변모시키면서 날마다 괄목할 만한 사업 아이디어들이 거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새로운 「미개척의 거대한 처녀지」인 인터넷이다』며 『이제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 도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후머윈볼드벤처파트너스사의 파트너인 행크 배리씨도 이처럼 투자 성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투자 구조가 도식화되면 법률·회계 전문가들이 투자시스템을 잘 알게 되고 이들의 도움을 받는 벤처 투자가들이 신속하게 투자의뢰를 검토할 수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메이필드펀드사의 그랜트 하이드리히씨는 이 같은 의견에 회의적이다. 이처럼 거래속도가 빨라지면 투자협정에 서명하기 전에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가를 알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반박이다. 서로가 모인 지 얼마 되지 않고 같이 일해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의 집합체에 대해 무모하게 벤처 자금이 지원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파이버사의 모어 데이비도우씨는 『투자 금액이 커지고 투자성사 속도가 빨라지면 위험도 따르겠지만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도시」가 됐듯이 실리콘밸리가 「넷(Net) 도시」가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지역을 「거대 기업 타운」으로 본다며 그 기업 타운의 이름은 바로 「주식회사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Inc.)다」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