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의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기술보유업체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로열티 공세를 구체화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올 연말께 잇단 GSM 단말기 생산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외국 업체들의 특허공세도 만만치 않으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과거 퀄컴사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특허 협상때와는 달리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협상해야 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같은 단일 협상 창구를 갖춘 것도 아니어서 단시일 내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외국 업체에 끌려다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열티 문제 대응이 각 단말기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외국 업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25%대의 로열티 협상에 응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것이 국내 업체의 현실이다. 물론 지난해부터 이에 대비해 온 삼성전자는 기존 특허를 이용한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로열티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으며 해외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해 특허문제를 해결하려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GSM 로열티 공세:외국 유수의 GSM 기술 확보 업체들이 국내 기업체 로열티 문제를 들고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릭슨·노키아·알카텔 등 외국 유수의 업체를 위시한 15개 업체들은 국내 최대의 GSM 제조·수출 업체인 삼성전자에 GSM 로열티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는 지난 95년 삼성전자가 GSM을 자체 생산할 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으나 삼성이 먼저 거론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문제였던 것이 사실. 외국 업체들도 초기 생산물량 규모가 작은 시점에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의 대중국 수출물량이 10억 달러를 넘어선 지난해부터 특허문제 협상을 요구하고 나왔다. 이들이 삼성 측에 요구한 로열티 수준은 모두 합쳐 단말기당 25%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허협상 전개: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업체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은 물론 GSM 방식에 있어서도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에릭슨·알카텔·노키아·모토로라 등과 잇따라 접촉하면서 로열티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CDMA 관련 설계 및 부품 특허를 제공하면서 외국 업체의 대응에 맞서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안에 GSM 단말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LG정보통신도 이 같은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될수록 국내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CDMA 관련 특허의 노출 가능성이 큰 만큼 후발 참여업체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대응책은 외국 GSM 업체에 OEM 방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맥슨전자와 후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인데 소규모로 생산하는 기업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 기업의 GSM 양산 향배:올 상반기까지 일단 개괄적인 특허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인 삼성전자의 경우 웬만큼 협상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의 제품 양산 가능성은 장기적으로 불투명하다. 로열티 문제를 전적으로 외국업체에 내맡길 경우 외국업체들의 이윤을 보장하는 선에서 생산을 해야 하는 부담이 남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GSM 분야 본격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국내 중견기업들의 경우 자사 브랜드냐 외국 브랜드냐 하는 문제조차 결정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올 연말 본격화가 예상되는 국내 업체들의 GSM 생산·수출 문제는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들은 결국 일정 규모의 경제생산 단위를 확보하는 시점에서 외국 업체로부터 25%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받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CDMA에서 출발해 GSM까지 준비하고 있는 중소 기업체들의 경우 나름대로 공동협상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OEM을 하면서도 로열티를 내는 기업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 분야에 신규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의 대응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