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공한 벤처의 지재권 불감증

서울데이타통상은 지난달 말 서울지방법원에 새롬기술을 대상으로 상표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루에도 몇 건씩 상표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이번 소송건은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가처분 신청 대상이 요즘 한창 뜨는 「새롬기술」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서울데이타통상은 지난 91년 특허청에 「데이타맨」이라는 상표를 출원하고 이듬해 상표권을 획득했다. 그런데 새롬기술이 「새롬데이타맨」이라는 PC통신 에뮬레이터를 만들어 판매에 나선 것이다. 서울데이타통상은 새롬기술에 내용 증명을 보내 자사 제품과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은 명백히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롬기술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이 문제는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상표권을 신청하면서 주변기기뿐 아니라 프로그램까지 대상 품목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서울데이타통상)』

『지금까지 「데이타맨」이라는 상표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지도 않았으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상표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새롬기술)』

오는 11일 법적 심리가 열린다. 이를 앞두고 두 업체의 주장은 이처럼 팽팽하다. 양측 모두 나름대로 법리적 근거를 갖고 있어 지금 어느 일방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법정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최종 판결과 상관없이 이번 사건은 새롬기술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게 분명하다. 사실 새롬기술은 「새롬데이타맨」이란 상표 등록신청을 했을 때 관계기관으로부터 거부당한 적이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새롬기술은 다른 업체가 「데이타맨」 상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물론 새롬기술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데이타통상이 그 동안 가만히 있다가 새롬기술이 유명해지자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상표권 보호 차원을 넘어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도덕적으로론 설득력을 가질지는 몰라도 무한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선 인정받을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벤처가 저마다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생겨나고 있다. 벤처 성공의 핵심은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이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적 재산권보호다. 상표권과 같은 지적 재산권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새롬기술은 이번 문제가 성공한 벤처기업으로서 이미지에 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해결을 기대해 본다.

<컴퓨터산업부·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