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 기업의 회의문화를 살펴보면 바로 그 기업의 문화까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기업의 지식기반 경영수준, 인재기반 경영수준, 심지어 기업 구성원들의 정보공유 마인드 등 전반적인 경영수준을 측정해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이상은 조직원 상호간 정보공유를 통해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스마트한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 인재를 중시하고 이들의 지식을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모든 기업이 지향하는 바일 것이다.
작년 8월 기획예산처에서는 회의비용 명시제도를 도입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정부·공공기관에서 시행되는 모든 형태의 회의에 총 소요된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해 회의 참석자들에게 원가의식을 고취하려는 목적에서 검토된 것이다. 또 10월부터는 법무부에서 국회에 상정한 상법 개정안에 그동안 이사회 결정사항은 반드시 대면회의를 통해서 결의된 사항만을 공식 인정했었으나 앞으로 전화회의나 영상회의를 통한 결정사항도 법적 효력을 인정토록 하는 안이 포함되기도 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원격회의(Tele-Conferencing)를 도입, 활용하고 있다. 원격회의가 등장하게 된 이면에는 바로 대면회의에 따르는 시간·경제적 비용을 감축시켜야만 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1시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 안에서 하루가 다 갈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교통상황에서 회의장소에 직접 가지 않고도 정보를 공유하고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즉 이들은 회의 자체를 비용으로 인식하여 소위 「사람을 모으는 회의가 아니라 생각을 모으는 회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위한 철두철미한 분석과 실행을 하여온 것이다.
이는 바로 실용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문화의 일부분으로서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콘퍼런스콜(Conference Call)이라 불리는 다자간 전화회의의 경우 미국시장을 살펴보면 매출액 기준으로 연간서비스 이용 금액이 무려 2조원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 처음 서비스가 시작되어 국내 유수의 몇몇 기업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전화회의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유선이든 무선이든 전화기만 있으면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는 개념의 원격회의 수단인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영상회의를 도입했지만 이는 공간적 제한 요소가 있고 설비와 통신 인프라상의 문제로 애초에 기대했던 원격회의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기업 내부적으로 새로운 문화창조를 위한 과감한 시도와 시(時)테크 개념의 실현을 통한 구성원들의 경제성 마인드 제고가 기업 생존을 위한 중요하고 시급한 전략으로 인식되어야만 한다. 시테크가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다이어트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전술이다. 철저하게 원가개념을 적용하는 회의문화를 창조하고 확산시키지 않는 한 기업문화의 선진화는 물론 선진국 진입도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