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깔끔하지 못한 산업디자인원장 공모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인 동시에 디자인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내놓는 사람은 없다.

10여년 전만 해도 디자인은 옷이나 가구, 액세서리 등 주로 장식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기술 정도로 가볍게 취급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기계류 등 거의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해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을 설립, 그동안 인력양성과 개발과제 지원, 디자인 전람회 개최 등 산업디자인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왔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말 산업디자인 발전을 위해 그동안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임명해왔던 산업디자인진흥원장을 공개모집을 통해 뽑겠다는 진취적인 방안을 발표,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일정대로 라면 지난해 신임 원장 선임 작업이 끝났어야 하지만 선정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해를 넘기고 말았다.

신임 원장 공모 결과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후보를 추천받아 이 중 한명을 선임키로 방향을 수정했는데 추천된 인사 중에 당시 장관이었던 정덕구 씨의 고교동문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발표된 것. 이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정 장관이 산자부를 떠나는 바람에 지금까지 신임 원장을 뽑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정 전 장관이 공개모집을 통해 사람을 뽑겠다고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든가 아니면 추천을 통해 신임 원장을 뽑기로 했던 일정을 밀고 나가야 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관이 공개모집을 통해 원장을 뽑겠다는 약속을 가볍게 어기고 또 언론의 눈치를 보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산자부는 이번 주에 다시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원장 선임에 관한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처럼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산업디자인진흥원장의 공개채용이 의미를 거둘 수 있도록 산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생활전자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