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와 투기

요즘 직장인들이라면 주식계좌 한 두개쯤은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택시기사나 대학생도 사이버트레이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물론 택시기사나 대학생이라고 주식투자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만큼 주식열풍이 거세다는 얘기다.

주식열풍 못지 않게 주식투자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업마다 「중증 주식중독증」 직원들로 인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멀리 제주도의 아낙네에서부터 강원도 두메산골의 촌로에 이르기까지 적금을 해약하거나 대대로 물려받은 선산까지 팔아 주식투자에 열중하고 있을 정도다. 이쯤되면 주식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에는 단어 이상의 명백한 차이가 있다. 쉽게 풀어 얘기하면 투자는 일종의 윈윈게임인데 반해 투기는 일방적인 게임이다. 투자가 투자자와 투자를 받는 기업의 양자이득을 취하는 선의의 뜻을 갖고 있는 반면 투기는 투자자 어느 한편의 「불법적인 혹은 악의적인 이득 챙기기」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의 투자형태도 투기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초단기매매라고 하는 「데이트레이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외국인은 특히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트레이딩의 급증은 그만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국내 기관투자자 또한 외국인에 이은 또다른 투기세력에 가세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경우 이 같은 우려는 더욱 현실감 있게 들린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 경영자들의 모임인 전경련이 코스닥 급등을 「거품론」으로 몰고 가더니 최근 들어서는 역으로 「적정가치론」을 앞세워 거품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으론 계열 증권사를 앞세워 코스닥종목 사재기에 열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아직은 「선의의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데이트레이딩 같은 주식투자의 또다른 행태를 투기로 단정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그러나 악의적인 투기세력이 존재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부인키 어렵다. 주식시장의 건실한 발전을 위해서도 투자와 투기를 구분할 줄 아는 투자자들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디지털경제부·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