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기업들간의 인수·합병(M&A)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 7일 하루만해도 뉴욕 월가의 해당 회사 주식가치로 쳐 총 110억달러가 넘는 짝짓기가 이뤄졌다.
가장 큰 규모의 기업 합병은 카나커뮤니케이션스의 실크넷소프트웨어 합병으로 카나가 실크넷을 42억달러에 인수했다. 그 다음으로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초고속 데이터전송장비업체인 오텔을 29억5000만달러에, 아카마이테크놀로지가 인터넷 미디어기업 인터VU를 28억달러, 코렐이 인프라이즈를 10억7000만달러에 각각 사들였다. 특히 캐나다 업체인 코렐은 인기가 높은 리눅스 운용체계를 이용하기 위해 인프라이즈를 인수했다.
이 같은 기업간 연쇄 합병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인터넷 서비스 개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온라인 업체들은 고객서비스 개선에 매달리고 네트워킹 기업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고속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레드우드시티의 카나커뮤니케이션스는 온라인 경매업체 e베이와 주식거래 업체인 E트레이드그룹 등을 상대로 기업들의 고객 E메일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카나의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보낸 E메일의 질문을 읽어 자동응답 답변을 할지 직접 직원에 연결시킬지를 결정한다.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실크넷은 사람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고객 고충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양사는 연간 매출을 합해도 9000만달러밖에 안되지만 이들 업체는 힘을 합쳐 선두주자인 산 마테오의 지벨시스템스와 싸울 채비다. 지벨의 연간매출은 7억9100만달러로 실크넷과 카나 매출의 10배 규모지만 시장가치는 194억달러로 2배 정도다.
루슨트가 오텔을 사들인 것도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전략적 포석의 하나다. 루슨트는 광케이블 네트워크를 설계, 건설하는 업체 중 하나이고 오텔은 광 네트워크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하는 장비공급업체다. 루슨트는 이번 인수협정에 따라 오텔주 1주당 루슨트 주식 3.135 주를 맞교환하게 된다. 루슨트 주가는 광통신 장비가 유망사업으로 부상한 데 힘입어 올해 들어 40%가 상승했다.
온라인 비디오 전송을 빠르게 해주는 인터UV가 다른 웹 콘텐츠의 고속 전송기술을 가진 아카마이와 합친 것도 마찬가지로 원스톱 쇼핑을 위한 조치다.
폴 사간 아카마이 사장은 『새 합병기업은 1000개 이상의 가장 인기 있는 웹사이트를 가지게 돼 시장점유율이 1위로 뛰어오르게 된다』면서 『우리는 사실상 모든 주요 TV 네트워크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고객을 가지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합병으로 아카마이 네트워크에는 1000개의 서버가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