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 케이블TV에서 유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난상토론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제작을 담당했던 PD의 경험담은 「묻지마 투자」를 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그 PD의 얘기는 이전에 한 벤처업체를 소개한 후 며칠이 지나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무턱대고 PD의 은행계좌를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일전에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업체에 2억을 투자하려고 하는데 그 업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담당PD가 힘을 써 주면 PD의 계좌에 500만원을 입금시켜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PD가 전화를 건 사람에게 그 업체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방송에 출연했으니 충분하지 않냐고 했다는 기막힌 사연이다.
IMF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잘 나가는 중소 벤처기업 하나를 팔면 모그룹사를 통째로 산다는 경제지의 기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 전반의 윤곽이 매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가치체계의 대이동은 정보통신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영역으로 무섭게 몰려들고 있다. 불과 2년 사이에 이러한 모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는 방황하고 있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분야가 그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누구도 섣불리 실체를 정의 내리지 못하는 혼미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업체들도 언론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업계의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통신분야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시된다고 하겠다. 앞으로 이 분야의 언론은 업계 소식을 전하는 단순 미디어 이상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의 본질과 이를 이끄는 기업가 정신이 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하겠다. 또한 그것이 비록 실리를 다소 벗어나더라도 필요에 따라서는 따끔한 질책도 서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선종 지오이네트 인터넷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