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루슨트, 골리앗의 맛을 보여주겠다.

「스피드 경영으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를 따라잡겠다.」

최근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대표 데이비드 앨런)가 데이터 통신 분야(네트워크 장비)에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를 따라잡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업체가 향후 전개할 시장 경쟁에 전 네트워크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매출액을 따져보면 본사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국루슨트가 시스코에 항상 앞서왔던 것이 사실. 한국루슨트의 지난해 통신 분야 매출액은 사설교환기(PBX)를 제외하고도 대략 3000억원이다. 반면 시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대략 1500억에서 2000억 사이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통신장비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를 따져보면 한국루슨트는 한참 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의 김홍진 부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데이터 통신 장비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10% 정도를 차지했으나 올해에는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 같은 계획이 달성된다면 시스코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루슨트가 이 같은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올해 6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국내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하나로통신에 자사의 사업자 장비인 애니미디어를 총 30만 회선 용량(약 657억원)을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한국통신이 최근 실시한 ADSL 입찰에서 성능 테스트를 통과, 입성이 점쳐지고 있다.

ADSL 부문 외에 지난해 8월 어센드와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전체적인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는 것도 올해 선전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된 컨설팅을 수행해도 실제적인 장비가 없어 실제 사업까지 연결되지 못했다』며 『사실 한국루슨트의 데이터 통신 사업은 올해가 원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13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대형 라우터분야에서 계속 시스코가 독식할 추세를 보이고 있고 ADSL이나 케이블 모뎀에서도 시스코가 이미 시장 진출을 했거나 앞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술지향 회사와 마케팅 지향 회사의 대결」 「신생업체와 전통적인 통신업체와의 대결」 이들 회사의 경쟁이 이처럼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장비 시장구도의 판을 다시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