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주가 좀 올라라.』
주식 투자자만큼 애타게 주가 상승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브라운관업체 종사자들이다.
삼성SDI·오리온전기 등 브라운관업체 사람들은 좋은 실적이나 앞으로도 몇년 동안 밝은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몇달째 정체된 자사의 주가에 거듭 실망하고 있다. 이제는 거의 포기하는 듯한 표정이다.
오리온전기는 워크아웃 상태라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성SDI의 주가가 이렇게 낮은 수준을 맴도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삼성자동차 투자로 인한 손실까지 털어내면서도 지난해 181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실적도 좋았고 올해 매출도 크게 늘어날텐데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네요.』 삼성SDI 한 임원의 말이다.
이 회사에서 나름대로 분석한 주가 정체의 원인은 브라운관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투자가들의 시각이다. 디지털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왠지 케케한 분위기의 브라운관에 투자가들이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지난해말 전관을 SDI로 고치는 「개명」까지 단행했으며 디지털을 앞세운 TV광고도 선보였다. 이 덕분에 이 회사의 주가도 올초 한때 오르는듯 했으나 다지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 회사의 주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해당 임직원이나 투자가들만의 관심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삼성SDI의 주가동향은 실적 위주로 투자하지 않는 국내 주식시장의 이상 풍토를 일러주는 징표로서 분석할 가치가 있다.
이 회사는 막대한 실적을 냈고 올해에도 국내외에서 매출 확대가 확실시된다. 디지털산업의 활성화로 모니터용 브라운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관점에서 보면 이 회사도 디지털산업의 수혜종목이며 증권사마다 투자유망 종목으로 꼽는다.
그런데도 투자가들의 발길은 인터넷 벤처기업에만 몰린다. 물론 미래가치를 부정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현재가치가 지나치게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마치 「투기판」처럼 바뀌면서 실적대로 건전하게 투자하는 사람들만 울고 있다. 애꿎게 우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곳에서는 희망은 없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