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산업의 대외의존도를 해소하는 일이 우리 산업계의 현안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의 섬유와 화학 계열사들이 앞을 다투어 전자정보 소재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전자정보 소재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매출목표 등 청사진을 밝힌 업체가 4개사에 달하고 앞으로 이런 소재산업에 가세할 유력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소재산업은 정보전자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의 핵심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의 기술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부가산업인 소재산업이 모든 산업을 제대로 뒷받침해 주지 못함에 따라 우리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게 사실이다. 실제 지난 88년부터 98년까지 우리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178억달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액을 소재·부품류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은 소재분야의 기술이 낙후돼 대부분을 외국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국내업체들이 영세성을 면하지 못해 자체 기술개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 정부는 소재·부품산업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정부와 이번에 소재산업에 진출하는 업체들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은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들 업체가 진출한다는 소재산업 중 2차전지시장은 규모가 올해 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지만 거의 일본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이런 분야에 국내업체들이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독자 기술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소재산업 육성은 의욕이나 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자금과 전문인력 충원 및 정책지원 등 그야말로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 없이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해당업체들은 IMF체제를 지내면서 긴축재정과 흑자경영으로 자금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지만 그 동안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지면 신규 기술개발비나 연구개발비를 앞장서 삭감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 소재산업이 발전하려면 이 같은 일은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기업들이 자칫 잘못하면 그 동안 우리 산업계의 병폐 중 하나인 중복과잉 투자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만약 전자정보 소재산업에 진출한 업체들이 중복과잉 투자라는 전철을 밟게 될 경우 해당업체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기업이 중복과잉투자를 피해 독자적인 생존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업체간 이견이 있을 때는 조정자의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해외 정보망을 구축해 외국의 기술동향에 대한 정보를 해당업체에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특정사안에 따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동투자와 공동개발 등도 적극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가 소재산업이 독자생존의 기틀을 마련하는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해당업체의 노력을 기대한다.